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분석하는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의 10일 영국 BBC 화상전화 생중계 영상이 뜻하지 않은 ‘한국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켈리 교수는 10일 자신의 집에서 BBC 월드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앵커에게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순간 4살짜리 첫째 아이가 방문을 열고 춤을 추며 방에 들어왔다. 이어 8개월 된 둘째 아이가 보행기를 타고 따라 들어오는 ‘귀여운 방송사고’가 났다.
앵커가 “아이가 들어온 것 같네요”라고 말하자, 켈리 교수는 팔로 아이를 제지하며 당황해했고 그 사이 부인 김정아 씨가 황급하게 아이들을 방에서 데려가는 모습이 전세계 시청자들의 안방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동영상은 페이스북에서만 3000만회 넘게 조회되며 국제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BBC는 11일 “왜 사람들은 아시아 여성을 유모(Nanny)라고 추측했을까”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한국에서는 맞벌이 부모일 경우 유모를 고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을 아이의 엄마가 아닌 유모로 보는 것은 아시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BBC는 “(오보를 한 언론사들은) 여성이 서둘러 아이를 데려나가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일을 제대로 못 한 것을 걱정하는 유모의 모습처럼 보였다고 해명하기도 하지만 남편의 인터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엄마의 모습이었다는 반론도 많다”고 보도했다.
블로그 ‘앵그리 아시안 맨’의 필 유는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여성이 복종하고, 수동적이며 서비스직을 잘 수행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사람들은 이 영상을 본 뒤에도 비슷한 고정관념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 사는 켈리의 모친 엘렌 켈리 씨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남편과 함께 아이들과 그 방에서 스카이프로 종종 화상통화를 하곤 했다”며 “아이들이 아마도 컴퓨터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우리들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진짜 우스웠다”고 말했어. 이어 “살면서 여러 일이 발생한다. 이번 교훈은 문을 잘 닫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