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시신인도 등 北요구 수용땐 ‘北당국 주도’ 밝히기 어려워질듯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 온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수일 내 공식 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열리면 북한에 억류된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들의 귀환 문제와 김정남 시신 인도 및 북한 용의자 2명의 귀국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말레이메일온라인 등에 따르면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전날 북한 내 억류자 가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한 뒤 기자들에게 “북한이 회담 시작을 원한다. 수일 내 북한과 공식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대사관 관리들과 3차례 비공식 면담을 한 사실도 공개하며 “이는 공식 면담에 앞서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에 억류된 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자국민 9명을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이다. 반대로 북한 측은 말레이시아 병원에 안치된 김정남 시신 인도와 말레이시아 당국이 용의자로 지목한 현광성 주말레이시아 대사관 2등 서기관과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의 귀국 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요구대로 김정남 시신과 용의자 2명을 송환할 경우 이번 사건을 북한 당국이 조직적으로 실행했다는 점을 밝히기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NHK는 12일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인도네시아 정보기관은 (북한 국적자) 오종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북한대사관에서 2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외교관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오종길은 김정남 암살 당일 공항에서 사건을 지켜보다가 평양으로 도피한 핵심 용의자 4명 중 한 명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