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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롯데 총수 출국금지 장기화… 법조계 “위기 상황서 일시해제 필요”

입력 | 2017-03-13 03:00:00

[대통령 파면 이후]사드 보복에도 中 현장지도 막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중국의 사드 억지 보복 등 외부 악재가 엄습하고 있지만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적극적인 대응을 못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57)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출국 금지가 길어지면서 경영상의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을 출국 금지하면서 SK그룹 최 회장과 롯데그룹 신 회장을 출국 금지 대상에 함께 올렸다.

특검으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를 중심으로 고강도 수사를 준비 중이어서 출국 금지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 방문 이후 4개월 가까이 국내에 발이 묶여 있다. 단골로 참석했던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불참했고 이달 말 중국 보아오포럼 참석도 불투명하다. 최 회장은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답보 상태인 SK그룹의 중국 사업을 직접 챙겨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로 못 박은 중국 배터리 제조 공장 설립 발표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일본 도시바 인수전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경쟁 업체가 도시바를 인수하면 타격이 클 것이 뻔한데 총수가 협상에 나서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국 사드 보복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롯데그룹의 신 회장 역시 4개월째 발이 묶여 있다. 중국 롯데마트는 99개 점포의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매출 손실만 5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내 인맥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회장은 출국조차 못 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 롯데 경영을 위해 1년의 3분의 1 이상은 통상 해외에 나가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는 한두 차례만 겨우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지난해 6∼10월은 검찰 수사로, 12월부터 현재까지는 특검으로 총 8개월 이상 출국 금지 상태다. 시급한 해외 사업에 대한 현장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대기업이 사업 목적상 회장의 해외 방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검찰 수뇌부가 결단을 내려 일시적으로라도 출국 금지를 해제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준일·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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