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이후]탄핵 반대측, 재판관 위협 위험수위
‘탄핵 무효’ 외치는 태극기 집회 1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단상에 오른 참석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무효라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 ‘국민저항본부’에 게시된 글이다. 커뮤니티는 탄핵반대 단체인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에서 이름을 바꾼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가 운영 중이다. 만장일치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헌재 재판관을 을사오적에 빗대 ‘정유팔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13일 퇴임하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퇴임 선물로 붉은 물감 묻은 헤어롤’을 주겠다는 협박성 글도 올라왔다. “자결해라”, “빨갱이다” 등의 댓글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에 불복하는 일부 친박 지지자들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재판관 협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재판관의 가족사까지 들먹이며 노골적으로 테러를 위협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과 집회 현장 채증 자료 등을 분석해 증거를 수집하고 살인예비 음모죄에 해당하는지 법리적 검토를 할 계획이다. 또 헌재의 요청에 따라 이정미 권한대행이 퇴임한 뒤에도 일정 수준의 경호를 유지할 계획이다.
탄핵 불복 움직임 속에 ‘경찰이 태극기 집회 참가자를 죽였다’ 등 가짜 뉴스도 확산되고 있다. 국민저항본부 게시판에는 ‘살인행위를 저지른 경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는 경찰이 경찰버스에 올라탄 검은색 옷차림의 남성을 버스 아래로 밀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게시자는 “해당 남성이 집회 현장에서 사망한 남성 3명 가운데 1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버스 아래에 깔아 놓은 에어매트 위에 떨어져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탄기국 사무총장 민모 씨(57)를 포함해 집회에서 모두 5명이 사망했다는 가짜 뉴스도 나왔다. 이에 대해 탄기국 운영진까지 “사무총장은 무사하다”며 사망자 수를 3명으로 정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여전히 극단적이고 과격한 표현이 나오고 있지만 집회 현장에서 승복과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이재철 씨(73)는 “지금은 헌재의 결정을 승복하고 훗날 역사가 다시 판결할 것을 기다리겠다”며 “탄핵 인용이 아닌 다른 생각도 있음을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호재 hoho@donga.com·최고야·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