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신한금융투자 신한PWM강남대로센터장
스팩의 구조를 이해하는 투자자는 2000원 이하 가격은 무위험차익거래, 즉 원금 보장이 가능한 선이라고 여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류상 회사다. 2000원에 신주를 발행하고,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아 상장한다. 상장 후 3년 안에 비상장기업과 합병해야 한다. 실제 사업이 없고, 상장만을 위해 존재하는 서류상 회사라는 점에서 채권과 채무가 명확해 우발채무 등의 위험이 거의 없다.
스팩이 3년 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원금 2000원에 연 1.4% 수준의 이자를 더해 주주에게 배당하고 청산한다. 스팩이 M&A에 성공하면 주가가 오르고, 투자자들은 스팩을 팔아 매매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주주총회가 진행되기 전 스팩의 주가가 원금보다 낮아지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2000원보다 낮은 가격에 M&A가 이뤄지면 투자자는 주주총회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된다.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통상 공모가격에 이자를 합한 금액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 투자자가 사들인 스팩이 1년 뒤 M&A를 발표했다고 가정해 보자.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수익을 실현하면 된다. 최근 스팩이 합병을 발표한 뒤 거래가 재개됐을 때 스팩 가격은 2200원 정도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연간수익률은 10%가 넘는다.
M&A 발표 이후에도 스팩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합병반대 의사표시를 통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통상 매수 가격과 경과 이자를 합친 2050원 수준이 된다. 이때에도 연 수익률은 5% 정도가 된다.
발행 가격이 2000원 밑으로 떨어진 스팩이 거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상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또한 스팩은 3월 결산이 끝난 뒤 M&A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아, 주가 전망도 나쁘지 않다. 다만 스팩의 최종 목적인 M&A가 진행되기까지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스팩의 구조와 제도를 잘 이해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을 노려 투자한다면 안전성을 확보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영 신한금융투자 신한PWM강남대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