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융위기 도중에 도덕적 해이를 상기시키는 것은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행동하는 용기’(벤 버냉키·까치·2015년)
맨손으로 중견기업을 일군 자수성가 기업인을 만나 인생 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각종 어려움을 딛고 기업을 키워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또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도태되게 놔둬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정부가 망하는 기업을 도와주면 부실한 기업들은 자생력을 못 키우고, 잘하는 기업들은 의욕을 잃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책의 저자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역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시장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확실히 동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부가 시장의 실패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실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건 간에,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비유는 이렇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웃이 있다고 치자. 그 사람 집에서 불이 났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소방서에 연락하지 않을 거야. 그냥 타도록 내버려 둬야지.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 하지만 당신 집이 목조 건물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리고 당신 집이 그 집 바로 옆에 있다면, 마을 전체가 목조 건물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