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前대통령 사저 생활 이틀째
장미꽃 들고 찾아왔지만… 13일 서울 강남구 사저 앞에서 한 지지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장미 100송이를 전달하려다 돌아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일 청와대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틀째인 13일 하루 종일 집 안에 머물렀다. 전날 사저에 도착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이날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퇴거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탓인지 이날도 갖가지 생활용품이 반입됐다. 오전 8시 50분경 정수기와 물통 2개가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승용차와 승합차가 바쁘게 사저 안팎을 오갔다.
오전 10시에는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조원진 의원이 사저를 찾았다. 1시간 10분가량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조 의원은 “거실이 너무 춥고 발목도 조금 다쳐 (박 전 대통령께서) 힘들어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날 청와대 관저에서 나오다가 (발목을) 삐끗하셨다고 하는데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날 사저 앞을 찾은 지지자들은 13일 오전 1시 15분경 2층의 불이 꺼지자 “박 대통령님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외치는 등 새벽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10명가량은 아예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자 지지자들이 다시 사저 앞에 모였고, 이들은 ‘사저 경호대’를 자처하고 나섰다. 난과 장미꽃을 들고 사저를 찾은 지지자들도 있었다. 오후 2시 사저 옆에서는 ‘박근혜 지킴이 결사단’ 회원 수십 명이 출범식을 갖고 탄핵 무효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이날 오후 사저 근처에 모인 지지자가 100명 정도로 늘어나면서 현장 분위기가 또 격화됐다. 이들은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경찰, 취재진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모 씨(67)가 경찰을 밀어 다치게 한 혐의로 연행되는 등 2명이 입건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선고 당일 어느 한쪽은 상당한 울분을 표출할 것이 예상돼 ‘전략적 인내’를 했다”며 “지금부터는 집회 폭력에 엄정히 대처하고 현장에서 체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권기범 kaki@donga.com·최지연·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