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탄핵뒤 행보 주목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첫 업무일인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 무거운 표정으로 출근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로 물러난 뒤 실질적인 대통령 역할을 하게 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론조사 대상 보수진영 대선 주자들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황 권한대행이 이번 주 내 출마를 결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두 달간 ‘국가원수’가 된다. 황 권한대행은 국회 긴급 현안질문에 출석하지 않기로 하는 등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국정을 관리하고 있다.
○ “대통령 궐위 시 권한 폭넓게 행사”
황 권한대행은 16, 17일로 예정된 국회 긴급 현안질문에 불출석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야당의 압박으로 국회에 출석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황 권한대행 측은 13일 “대통령 궐위로 국정 공백이 우려되고 대선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비상 상황”이라고 했다. 사실상 대통령 역할에 집중해야 하는 황 권한대행이 국무총리 자격으로 출석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주 안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제19대 대선일을 공고하고 각 부처에 공정한 대선 관리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자치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9일에 대선을 실시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결심한다면 불공정 시비를 줄이기 위해 선거일 공고 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황 권한대행을 만난 보수 진영 인사는 “개인적으론 황 권한대행이 이번 주에 출마 여부까지 얘기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 의전과 경호는 그대로
황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 9층 국무총리 집무실을 계속 사용한다. 최규하 전 대통령도 권한대행 시절엔 청와대 관저나 집무실을 사용하지 않다가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청와대로 들어갔다.
의전과 경호도 국무총리에 준해 유지하기로 했다. 원래 대통령이 탄 차는 최대 6대까지 경호 차량이 호위할 수 있지만, 황 권한대행은 앞뒤 각각 한 대씩만 경호 차량이 따르고 있다. 경호원도 2명만 수행하고, 대형 행사장에도 테러 첩보가 있을 때 외에는 금속탐지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황 권한대행 측은 “의전 논란이 불거지는 등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의전과 경호를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보수는 국무총리 기준(2016년 기준 연봉 1억6436만 원)으로 받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연봉은 2억1201만 원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