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경유차 전국 276만대… 시군구 현황 살펴보니
《 올해부터 서울에 수도권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제도(LEZ)가 본격 도입된 가운데 동아일보가 전국 252개 시군구 노후 경유차 현황을 알아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2016년 12월 기준 노후 경유차가 가장 많은 곳은 전기차의 천국으로 알려진 제주시(3만6913대). 서귀포시(1만9770대)도 2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친환경차가 기존 차의 대체재가 아니라 ‘세컨드 카’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2위는 경기 부천시. 대구 달서구, 경남 김해시, 경기 화성시가 3만 대 이상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
배기가스 배출기준(유로4) 강화 전인 2005년 이전에 판매·등록된 노후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12월 기준 전국 노후 경유차 수는 총 276만1752대. 전체 차량의 12.7%, 전체 경유차의 30.1%였다. 경유차 3대 중 1대는 여전히 노후 경유차인 셈이다.
전기차 보조금과 보급대수가 6개 광역시 가운데 최고 수준인 대구도 달서구가 3만1968대로 시군구 노후 경유차 대수 3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북구, 동구 등 산하 지자체 8곳 중 5곳이 노후 경유차 수 1만5000대 이상을 기록했다. 대구시청은 올해부터 예산 16억 원을 책정해 조기 폐차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전체 노후 경유차 중 64%는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非)수도권에 위치한다. 전국 252개 시군구 중 노후 경유차가 3만 대 이상인 곳은 5곳, 2만 대 이상 19곳, 1만 대 이상 98곳으로 나타났는데, 비수도권은 3만 대 이상 3곳, 2만 대 이상 12곳으로 상위권 안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체 노후 경유차 감축에 있어 비수도권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주의 사례에서 보듯 LEZ같이 적극적 규제책이 없는 비수도권의 노후 경유차 감축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10∼2016년 서울 경기의 감축률은 각각 44%와 39%로 평균을 넘겼지만, 16개 광역지자체(세종시 제외) 중 경북 제주 전남을 비롯한 대부분의 비수도권 감축률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1등 서울과 꼴찌 경북의 차이는 18%포인트였다.
노후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요즘 생산되는 경유차의 최소 8배에 이른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미세먼지 기여도가 11%인 점을 감안할 때, 친환경차 지원 못지않게 노후 경유차 감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광규 박사는 “농어촌 지역이 많은 지방에는 애초 경유차가 많은 데다 이런 차량은 교체주기도 길기 때문에 적극적 대책 없이는 감축속도를 높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광역지자체별 노후 경유차 대수 순위는 경기도가 57만3969대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서울이 28만4936대로 2위, 경북이 25만3098대로 3위였다. 같은 광역지자체 안에서도 분포는 다양해, 인천 서구는 2만4383대인 데 반해 옹진군은 2950대에 불과했고 경기 화성시는 3만1541대인 데 30여 분 거리인 경기 과천시는 1987대였다. 과천은 경북 울릉군에 이어 노후 경유차가 가장 적은 지역 2위를 기록했고, 강원 양구·화천군, 충남 계룡시가 모두 2500대 미만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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