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콘크리트 지지율’ 깨져… ‘여당 3기 총재’ 찬반도 엇비슷 ‘아베 1강’ 장기집권 계획 큰 타격
강한 리더십으로 국정을 이끌며 6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깨졌다.
마이니치신문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50%로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지지율 급락으로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꿈’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5일 자민당 당대회에서 총재 임기를 ‘3기 9년’까지 연장해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지만 최근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12일 나온 교도통신 여론조사를 보면 ‘아베 총리에게 3기 총재를 맡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반대와 찬성 응답이 44.4%와 45.2%로 엇비슷했다.
굳건할 것 같던 지지율이 무너진 것은 다름 아닌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관련한 스캔들 때문이다. 아키에 여사는 국유지 헐값 매입 및 정치권 로비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오사카(大阪)의 모리토모(森友) 학원 스캔들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아베 1강(强)’이란 말을 들으며 탄탄한 기반을 자랑하던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발목을 잡는 이는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8월 ‘포스트 아베’라 치켜세우며 발탁한 극우 성향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때와 장소를 못 가리는 패션 감각과 관료들과의 불화, 써준 대로 읽는 국회 답변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남수단에서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중인 자위대 부대의 현지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해 국회에서 연일 혼쭐이 났다. 이나다 방위상은 또 모리토모 학원이 운영하는 유치원이 원생들에게 교육칙어를 외우게 한 것을 옹호하는 발언을 국회에서 해 물의를 빚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나다 방위상이 과거 이 학원의 고문 변호사를 맡았다는 사실이 13일 국회에서 공개됐다. 2005년 작성된 이 학원의 민사재판 준비서면에 소송대리인 변호사로 이나다 방위상과 변호사인 남편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는 것. 이나다 방위상은 “공동(변호사)사무소는 한 사건에 다른 변호사의 이름도 끼워 넣는 경우가 있다”며 “내가 이 학교 이사장의 법률상담을 했다는 것은 완전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 남편 발목 잡는 아키에 여사
게다가 이 재단이 아베 총리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짓는다며 모금 활동을 했고, 유치원생들에게 ‘아베 총리 힘내라’는 선서를 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아키에 여사는 논란이 일자 지난달 24일 명예교장직에서 사퇴했으나 사태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구설이 이어지자 아키에 여사는 공식석상에서 “언론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만 날 기사로 다뤄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아베 대항마로 주목받는 고이케 도쿄도지사
지난해 7월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압승한 뒤 각종 개혁정책으로 인기를 모으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지사가 아베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2012년 아베 2기 내각 출범 이후 찬밥 신세였던 그는 지난해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자민당이 다른 후보를 내세우자 독자 출마해 승리했다. 취임 이후 쓰키지(築地) 시장 이전 문제, 2020년 도쿄 올림픽 비용 삭감 등 도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존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민당 당적은 유지하고 있다.
보수적인 일본의 정치 풍토에서 여성인 고이케 도지사가 총리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고이케 도지사는 총리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