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좋던 웹툰 한류 직격탄, 이미 맺은 계약 파기 잇따르고 홍보-광고도 쉬쉬하며 진행… 연190% 급성장 中시장 포기할 판 ‘무한도전’ ‘런닝맨’ 동영상도 삭제… 해적판마저 찾기 힘든 상황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드라마, 예능, 영화 장르뿐 아니라 웹 콘텐츠 시장에도 불어닥쳤다. 웹툰뿐 아니라 중국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내 한국 콘텐츠의 중국 시장 진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 한한령 직격탄 맞은 ‘웹툰 한류’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중국에서 선전하던 웹툰 한류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눈치를 보느라 사드 논란 이전에 체결한 계약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지난해 9월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된 A 웹툰의 영상화 판권이 중국의 대형 미디어 회사 B에 팔렸다. 액수는 5억 원으로 당시 중국에 수출된 판권 중 최고 금액이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논란이 불거지며 사업은 무기한 연기됐다.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쪽 관계자가 ‘광전총국에서 웬만하면 한국 기업과 사업을 진행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며 “통상적으로 계약 체결 후 한 달 내에 사업이 착수되지만 7개월이 지났는데도 무소식”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알려질까 두려워 비공개를 전제로 한국 웹툰 판권을 수입하는 등 ‘우회적 방식’을 택한 중국 기업도 있다. 한국의 대형 웹툰 제작·플랫폼인 C기업은 지난해 말 중국의 한 미디어 기업과 웹툰 영상화 판권을 거액에 판매하는 계약을 했지만 홍보·광고를 전혀 하지 못했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 파트너가 정부가 알게 되면 차질을 빚을 수 있으므로 비공개로 해달라고 말해 비밀에 부친 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미디어 기업의 한국 행사 취소도 잇따른다. 8일 중국의 텐센트 그룹이 진행하려던 한국 마케팅 행사는 하루 앞두고 돌연 연기됐다. 텐센트 그룹은 월간 이용자 수가 9000만 명이 넘는 중국 최대 규모의 웹툰 플랫폼인 텐센트 둥만(動漫)의 모기업이다. 국내 웹툰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 코리아가 그나마 유일하게 웹툰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텐센트마저도 얼어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남아 등에서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무한도전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한국 방송이라는 이유로 삭제 조치됐다. MBC 제공
본보가 큐큐, 유쿠, 아이치이 등의 사이트에서 한류 예능 프로그램을 검색한 결과 ‘저작권 문제로 방송이 안 된다’거나 ‘영상이 삭제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KBS 2TV 드라마 ‘화랑’은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LETV와 동시 방영 계약을 맺었지만, 동시 방영 2주 만에 중단됐다. 또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tvN 드라마 ‘도깨비’는 중국 내에서 해적판 버전이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해적판마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