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AI 탓 원자재값 상승” vs 정부 “산지가격 영향 거의 없어” 얄팍한 상술에 세무조사 으름장… 서민물가 잡는 다른 방안 없을까
최혜령·경제부
치킨값 인상 시점은 절묘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 2941만 마리가 도살 처분된 여파로 닭고기 산지가격이 역대 최고가 수준까지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직후였다. BBQ 측은 “최근 8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은 데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며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정부와 육계협회는 당장 반론을 제기했다. 치킨업체는 1년 단위로 계약해 닭을 공급받기에 이번 겨울에 발생한 AI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2015년과 지난해 산지 닭고기 값이 폭락했을 때 치킨업계가 ‘치킨 값에서 산지 닭고기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연간 같은 가격으로 공급받아 당장 조정이 어렵다’며 버텼다”고 적잖은 반감까지 드러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가 과도한 대응을 보인 점은 ‘옥에 티’다. 농식품부는 BBQ의 가격 인상 계획이 발표된 직후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은 아닌지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는 ‘협박성 대책’을 내놨다. 세무조사는 기업에는 생사를 가를 정도로 위협적인 정책 수단이다. 서민 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이해되지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혜령·경제부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