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前포레카 대표 법정 증언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지난해 10월 24일 독일 뮌헨에서 최 씨를 만난 상황을 증언했다. 최 씨의 조카 이병헌 씨의 부탁으로 최 씨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뮌헨 5성급 호텔에서 숙박 중이던 최 씨를 만났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최 씨가 지난해 9월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직후 급하게 한국을 떠나면서 챙겨가지 못한 옷가지와 각종 약품이 담긴 짐을 건네면서 최 씨에게 “한국 여론이 너무 심각하다. 빨리 돌아와서 상황을 수습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검에 따르면 앞서 같은 달 12일 최 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알게 된 김성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57)은 박 전 대통령에게 “최 씨의 존재를 인정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내가 너무 비참해진다”며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국정 개입 정황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은 ‘재단의 돈을 최 씨가 빼돌렸으면 문제가 되지만 돈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요지의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최 씨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조언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는 공무원이므로 민간인인 최순실은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거나 “현재까지 재단에서 최 씨 측에 자금을 지원한 정황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리고 같은 달 20일 박 전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약 누구라도 재단 자금 유용 등 불법을 저질렀다면 엄중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한 발언이었다. 또 김 전 대표가 뮌헨에서 최 씨를 만난 24일 박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치권에선 국정 농단에 쏠린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데 바로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 기밀 문건이 담긴 최 씨 소유 태블릿PC가 언론에 보도됐다. 다음 날 오전 우 전 수석은 검찰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에 제출된 최 씨의 태블릿PC 조사 정보를 입수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과 말씀자료가 태블릿PC에 저장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 씨는 과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으로 일부 연설문 등에 도움을 받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민 kimmin@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