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조 추첨 위해 방한… 허 부총재와 만나 옛 경기 회고
31년이 흐른 14일 마라도나(오른쪽)와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왼쪽)가 경기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20세 이하 월드컵 조 추첨 기념 레전드 매치’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수원=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마라도나와 허 부총재는 14일 경기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 추첨 기념 레전드 매치’에 참석해 짧은 포옹을 나눴다. 레전드 매치는 마라도나가 주장을 맡은 ‘팀 마라도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 출신의 파블로 아이마르(38)가 이끈 ‘팀 아이마르’ 간의 5 대 5 축구로 전후반 7분씩 진행됐다. 허 부총재는 팀 아이마르 소속으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사흘 전 무릎을 다친 데다 몸살까지 겹쳐 경기에 뛰지 못했다.
한국의 허정무(왼쪽)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허벅지를 걷어차는 듯이 보이는 장면. 당시 외신에서는 ‘태권도 축구, 한국’이라고 비꼬았다.동아일보DB
당시의 상황에 대해 허 부총재는 “기술이 좋았으면 파울도 기술적으로 했을 텐데 당시 여러모로 부족했다”면서도 “공을 보고 들어갔지 사람을 보고 들어간 건 아니었다. 경고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부총재는 “마라도나는 여전히 영어를 못하더라. 통역을 통해 ‘나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답하더라.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선수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감독으로 서로 대결했던 일을 기억하더라”고 말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한국 대표팀 감독이던 둘은 조별리그에서 마주쳤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마라도나가 “멕시코 월드컵 때 한국은 축구라기보다는 격투기를 했었다”며 비꼬자 허 부총재는 “24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어린 티를 못 벗은 것 같다”고 맞받는 등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허 부총재는 “마라도나도 참 많이 늙었다. 이제는 마라도나도 배가 많이 나오고 한 것을 보니 세월이 무상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선수와 감독으로 대결해 모두 졌지만 다시 한 번 축구로 붙고 싶다”고 말했다.
예순이 머지않은 나이에 올챙이배가 돼 버렸지만 축구에 대한 마라도나의 열정과 쇼맨십은 여전했다. 마라도나는 패스해 달라는 손짓과 함께 동료들을 향해 여러 차례 고함을 질렀다. 골을 넣고서는 현장을 찾은 팬들을 향해 선수 시절 트레이드마크였던 포효 세리머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상대 선수가 몸싸움을 시도하면 서둘러 시멘트 바닥에 벌렁 드러눕는 쇼맨십도 보여줬다.
수원=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