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둘러싼 대학 집행부와 학생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1일 직원들의 본관 강제 진입 과정에서 점거 학생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것이 화근이었다.
15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단과대학장과 대학원장 22명은 전날 학내 구성원에게 e메일을 보내 “(직원들이) 이사를 하려고 한 것은 정당한 업무 집행이며 학생들이 이를 막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당일 대치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모욕감을 준 언사를 퍼부은 것은 학생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난 것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직원으로 구성된 서울대노조는 “학생들이 직원들을 용역깡패에 비유하며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 집행부와 무관하게 학장단 등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으로 교수들이 그만큼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점거 학생들을 바라보는 교수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교수협의회 소속 한 교수는 “대학과 교수들의 책임도 통감하지만 학생들의 대응에 대해 안타깝게 보는 교수들이 대다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내 갈등은 다음 달 예정된 학생총회 전후까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점거 해제 직후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 4일 학생총회에서 성 총장 퇴진, 책임자 처벌 등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점거 학생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는 지난달 학생 징계를 추진하다 학내 반발로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징계 재개는 일단 논의된 바 없고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의 한 교수는 “교수, 학생 등 학내 구성원 모두가 ‘최고 지성의 전당’으로 불리는 서울대가 외부에 어떻게 비칠지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