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자와 오뚜기는 ‘바보LG’, ‘갓뚜기’란 별명으로 불린다. 특별한 광고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이들 기업의 미담을 찾아 온라인상에 공유하면서 ‘착한 브랜드’로 만들어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의 마케팅 방법론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러나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마케팅의 대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의 신간,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필립 코틀러 등 지음·더퀘스트)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마켓 4.0 시대’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이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장점이든, 단점이든 스스로 찾아내 이를 공유한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이 가져온 변화다. 코틀러 교수는 이를 ‘수직적, 배타적, 개별적’에서 ‘수평적, 포용적, 사회적’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됐다. 마케터가 고객에게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들의 광고가 아니라 친구의 평가와 추천이다. 기업은 메시지의 노출 빈도와 양을 늘릴 게 아니라 몇 군데의 중요한 접점에서 고객과 ‘의미 있게’ 연결되는 방법, 즉 진정한 친구가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고객 경로’의 변화를 지적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지금까지 고객 경로에서 사용돼온 틀인 ‘4A’, 즉 인지(Aware)-태도(Attitude)-행동(Act)-반복행동(Act again) 대신 ‘5A’를 제시한다. 인지(Aware)-호감(Appeal)-질문(Ask)-행동(Act)-옹호(Advocate)의 머리글자를 딴 5A에는 ‘질문’과 ‘옹호’가 추가됐다.
평판과 신뢰의 검증을 통과한다면 소비자는 단순한 팔로어를 넘어 팬, 더 나아가 강력한 옹호자가 된다. 오늘날 마케터의 목표는 소비자를 적극적인 옹호자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