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믿고 싶은 것만 믿은 박근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나서 내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들만 선택하는 인지적 오류를 말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향을 갖고 있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을 경우 그 옷을 사야 할 이유는 수십 가지이고 빈약한 주머니 사정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어떤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면 그에 대한 부정적인 사실은 무시하거나 간과하기도 한다. 즉 인간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성향을 갖고 있다.
사람은 왜 잘못된 확신을 갖는 걸까. 심리학은 그 첫 번째 이유를 어떤 것을 알지 못한다는 느낌이 불쾌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외국어를 들을 때의 느낌이라면 비유가 될까. 대신 사람이든 상황이든 무언가를 안다는 느낌은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둘째, 사람은 누구나 틀리기 싫어한다. 특히 자존심이 강할수록 자신에게 오류가 있다는 걸 인정하기 어렵다. 독일 인류학자 폴커 조머는 “선입견은 사실에 접근하는 걸 철저히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존심 강한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심리적 오류에 빠져 객관적 사실관계를 놓친 게 아닐까.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이런 대통령의 성격을 간파하고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정보만 올려 확증편향을 가속시켰다. 국민의 80%가 탄핵이 인용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분석 결과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보고한 측근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사람을 훈련하는 게 교육이고 그 훈련이 잘된 사람이 국가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헤겔의 말을 빌리자면 역사는 이성이 자기를 실현하는 과정이고 대통령은 국가 이성의 최고봉이다. 대통령의 객관화 능력과 건전한 판단에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다. 일례로 북한 핵미사일은 미국을 겨냥한 협상용이라는 믿음도 편견일 수 있다. 일부 국민은 이렇게 믿을 수 있으나 대통령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를 해야 한다. 만일 북이 핵을 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통치자의 자기 확신은 위험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