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연구원 논문서 주장 무덤 주인 추정 대퇴골 2점, 순장자 유골보다 부식 상태 심해… 시신 부패시킨 뒤 매장한 증거
경산 임당동 고분에서 발견된 무덤 주인의 유골(왼쪽 사진)과 몸에 착용했던 은제 허리띠, 귀고리, 곡옥 목걸이, 은반지. 유골을 둘러싸고 빈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남대박물관 제공
빈장은 매장 전 시신을 빈소에 안치하고 일정 기간 장례를 치르는 절차다. 수서(隋書) 등 중국 사서에 따르면 고구려와 백제는 3년, 신라는 1년에 걸쳐 빈장을 치른 걸로 돼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고고학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임당동 고분의 빈장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신라의 빈장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된다.
임당동 고분 발굴현장 전경. 영남대박물관 제공
임당동 고분 '조영EⅡ-2호' 주곽 내부. 순장자의 유골 사이로 은으로 만든 허리띠 일부가 보인다.
조영EⅡ-2호 무덤 주곽 안에 쌓여있는 토기 부장품들
김 연구원이 주목한 건 새로 확인된 유골의 상태다. 두개골부터 갈비뼈, 다리뼈까지 인골의 형태를 두루 갖춘 순장자 2구에 비해 무덤 주인은 남아 있는 유골이 극히 적은 데다 부식 상태도 훨씬 심한 걸로 조사됐다.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논문에서 “무덤 주인이 땅에 묻히기 전 일정 기간 가매장돼 사체 대부분이 썩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본다”고 썼다. 매장 직전 죽임을 당하는 순장자들에 비해 빈장을 거쳐야 하는 무덤 주인의 부식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심하다는 얘기다.
옛사람들이 시신의 부패를 지켜봐야 함에도 굳이 빈장을 치른 이유는 무얼까. 김 연구원은 “상당한 양의 부장품과 제사음식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임당동 고분 내 부곽에서는 소와 멧돼지, 닭, 개, 꿩, 두루미, 잉어, 살구, 복숭아를 비롯해 바다에서 나는 방어, 참돔, 복어, 상어, 소라, 고둥, 전복, 참굴 등 다양한 제사음식들이 발견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