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사드 보복이 노리는 것들
문화대혁명을 이끌었던 마오쩌둥의 최대 고민은 경제였다. 인민에게 낙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공산화 혁명을 성공시켰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개인영농에서 집단농장 체제로 바꿔 농업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극좌 개혁이었던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은 3000만∼5000만 명의 아사자를 내면서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시진핑 주석의 최대 고민도 경제다. 고도성장이 꺾인 중국 경제는 ‘L’ 자(字)형 답보 상태다. 부동산 버블, 과도한 빈부격차, 급격한 고령화, 최악의 대기오염, 정부 주도 공공시설 투자 거품,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2억 명 농민공은 언제라도 중국 사회를 밑바닥부터 흔들 수 있는 뇌관들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30% 관세폭탄 예고도 현실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미 금리인상도 악성 부채가 많은 중국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요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시 주석 취임 전 그를 ‘새로운 황제’라 칭하면서 ‘자신이 통치하게 될 거대 왕국인 중국보다 더 거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시 주석도 마오처럼 경제 사회적 위기→사회 정치적 갈등 격화→절대 권력 강화라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근대 유럽도 그랬지만 절대 권력은 국제 질서까지 힘으로 누르려 하기 때문에 주변국과의 갈등이나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독재자들이 국내 정치가 혼란할 때 대외정책에서 탈출구를 찾는 것도 흔하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그런 맥락이다. 반한 감정을 내세워 내부 통합 효과를 노리고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초장부터 미국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엿보인다.
中 본모습 제대로 보여줬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일본의 부상처럼 중국의 부상도 최근 10여 년간 국제정치의 핫이슈였다. 우리도 ‘호랑이 등에 올라타야 산다’며 중국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번 일은 중국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으니 우리에게도 큰 공부가 된 셈이다. 정치권, 특히 야당은 국제정세의 흐름을 직시하고 중국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