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가 맡는 전경련 회장은 운영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다. 평소 정부나 국민을 상대하는 역할은 상근부회장이 도맡는다. 청와대나 정부와 대기업을 잇는 창구 역할도 한다. 이윤호 상근부회장의 입각으로 이제 유능한 적임자를 쉽게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그 뒤에도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후보가 선임되지는 않았다. 2013년 이승철 전무가 전경련 내부 인사로는 27년 만에 처음 상근부회장으로 발탁되자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지난달 퇴임한 이승철 전 상근부회장이 상근고문직과 격려금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는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774억 원을 모아 미르·K스포츠재단을 세웠다고 국회에서 거짓말을 해 전경련을 해체 위기에 몰아넣는 빌미를 줬다. 그가 청와대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데는 ‘제2의 이윤호’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영전은 무산됐지만 임기를 다 채운 데다 20억 원에 이르는 퇴직금도 챙겼다. 그것도 모자라 상근고문직과 퇴직금의 최대 50%에 이르는 격려금까지 달라고 했다니, 참 간도 크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