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승차감…거센 엔진소리에 심장 뜨거워져
외형은 분명 스포츠카가 아니다. 그렇다고 세단이라고 하기에는 날렵하다. 그러면서도 품격이 느껴진다.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던 마세라티. 그중에서도 '사하라 사막의 열풍'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3세대 ‘기블리(Ghibli)’의 모습이다. 1960~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쿠페형 스포츠카(1세대)에서 두 세대를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
육중한 운전석 문을 열어보니 고급스런 실내 인테리어와 가죽 시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고급 가죽 시트에선 장인이 한 땀 한 땀 직접 손으로 작업한 흔적이 느껴진다. 100% 천연 섬유인 ‘제냐 멀버리 실크’로 제작된 문 안쪽과 천장 등은 가죽보다 더 부드럽다.
계기판과 운전대 주변으로 배치된 정보시스템도 깔끔하다. 특히 고해상도 8.4인치 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차량의 모든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매력적이다. 스마트폰 미러링과 애플의 카플레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등 IT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능도 만족스럽다. 여느 스포츠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세팅된 노멀모드(normal mode)로 운전을 시작했다. 350마리의 말이 동시에 가벼운 콧김을 내뿜는 듯 ‘부릉’ 거리며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가속페달을 밟자 엔진소리(배기음)가 커지면서 순간 속도가 붙었다. 일반 세단에 비해 가속 반응이 확실히 빨랐다.
그러면서도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나 요철을 지날 때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노면 조건에 따라 지속적으로 댐핑력(진동흡수력)을 변동시키는 ‘스포츠 스카이훅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을 장착한 덕분이다. 그만큼 승차감도 안정적이다.
좀더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 기어박스의 ‘스포츠(Sports)’ 기능을 눌렀다. 순간 엔진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가속페달을 밟자 숨겨졌던 스포츠카의 본능을 드러냈다. 반응은 거침없고 즉각적이었다. 단 몇 초 사이에 시속 150km/h를 넘어섰다. 실내로 밀고 들어오는 거센 엔진소리에 심장은 뜨겁게 달궈졌다. 기어박스의 ‘서스펜션’ 기능을 누르니 차는 더욱 기민하게 움직였다.
차 속도를 줄여 ‘I.C.E(Increased Control and Efficiency)’라는 기능을 누르자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엔진소리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가속페달 반응도 느려졌다. I.C.E는 연료 소모와 배기가스 배출, 소음 등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최대 연비는 리터당 7.7km. 그만큼 운전자 개성에 맞게 운전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주행 중 안전 사양도 크게 강화됐다. 정지했을 때 엔진이 자동적으로 꺼졌다가 출발할 때 켜지는 ‘스톱 앤 고(STOP & GO)’ 기능과 차선 이탈 경고 기능, 전방 충돌 경고 및 긴급 제동시스템 등을 담은 패키지 시스템(선택사항)이 새롭게 장착된 것이다.
마세라티라는 명성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다. ‘스포츠 패키지’ 옵션 사양을 장착했을 때 1억1720만원. 여기에 최고급 가죽 인테리어 등 옵션을 추가하면 1억4170만원까지 오른다.
다행히 기블리 전 모델(단, 기블리 S Q4모델 제외)을 대상으로 ‘스페셜 금융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다. 전국 10개 마세리티 전시장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번 프로모션은 일정 비율의 선수금을 내고, 60개월간 월 100만 원의 리스료를 납입하는 저금리 리스 프로그램이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마세라티 기블리 주요 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