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논이나 밭에 가면 매캐한 연기가 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애멸구나 끝동매미충 등 해충을 죽이려고 일부러 불을 놓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해충을 죽이려고 놓은 불에 유익한 곤충까지 다 죽는 게 아닐까요? 논두렁이나 밭두렁에는 해충뿐 아니라 거미나 톡톡이와 같은 이로운 곤충도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정작 논·밭에 불을 놓으면 해충보다 유익한 곤충이 훨씬 많이 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을 놓았을 때 죽는 곤충 중에서 해충은 11%에 불과하지만 거미 등 이로운 곤충은 89%나 됐습니다. 특히 애멸구, 벼물바구미는 야산의 땅 속이나 잡초의 흙 속 뿌리에 붙어살기 때문에 불을 놓아도 잘 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논·밭두렁을 태우면 60일이나 지나야 동식물이 살 수 있어 생태계 교란 등 2차 피해까지 우려됩니다. 봄이면 계속되는 논·밭두렁 태우기,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