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경선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성 경기 고양시장,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유근형·정치부
“적폐 청산과 개혁은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지 자유한국당과 함께하는 게 아니다.”(17일 4차 토론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대연정’을 주제로 토론하다 한 발언이다. 3일 간격으로 진행된 합동토론회에서 비슷한 논리와 표현이 반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리더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재벌 개혁 등의 다른 주제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졌다. 4차 토론회가 끝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3차 토론회의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시장은 이날 “문 전 대표 주변에 기득권 인사가 몰리고, 친재벌 성향이 보인다”고 또다시 몰아붙였다. 문 전 대표가 이 시장의 법인세 인상 공약과 재벌 해체 발언에 문제가 있다며 공격한 것도 이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최성 경기 고양시장이 안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당시 판결문 공개를 재차 요구하거나, 이 시장의 음주운전 전력과 논문 표절 의혹을 재론한 것도 재탕이었다.
‘통합 리더십’ 대목에선 그나마 새로운 논거들이 일부 나왔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당 대표 시절 혁신안이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개혁안보다 개혁 강도가 약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문 전 대표는 김종인 전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탈당 인사들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민주당 후보에서 끌어내리려고 했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세력의 흔들기’와 비교하며 “민주당에서 일부는 나갔지만 10만 당원이 들어오고 더 크고 건강한 정당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비슷한 내용의 공방이 반복됐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은 국내외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중단 위기를 겪고 나서 실시되는 중요한 선거다. 그런 만큼 대선주자들이 나라를 이끌 비전과 국정 수행 능력을 갖고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라도 토론 방식을 대폭 수술해야 한다. 남은 6차례의 토론이라도 매회 특정 주제에 한정해 집중 토론을 하거나, 공통 질문이나 기조발언 시간을 없애고 후보 간 상호 토론을 늘리는 것이 상식과 국민의 요구에 부합한다. 특히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되면 형식적인 균형과 시간배분만 따질 게 아니라 실질적인 집중 토론을 벌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모든 대선주자가 ‘나부터 먼저 발가벗겨지겠다’는 각오로 토론에 임하는 것이 실력과 자격을 갖춘 새로운 지도자가 되는 길이고, 철저한 검증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도리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