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은 연기를 시작한 지 16년이 됐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때도 많았다. 그는 “불만을 갖고 운을 탓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다”며 “견뎌내니 좋은 기회가 왔다”고 했다. 사진제공|로고스필름
‘또라이’ 김과장과 정말 1%도 닮지 않았죠
모니터 하면서도 ‘저게 나인가’ 싶을 때도
하지만 ‘공심이’ 때와 달라야 한다는 압박
‘김과장’만의 색깔 찾기 위해 분석 또 분석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남궁민(39)이 한류스타 이영애를 꺾고,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될 줄은. ‘도깨비’의 초능력보다 더 무서운 ‘똘끼’로 안방극장을 향해 ‘한 방’ 날린 남궁민은 요즘 어딜 가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주연 중인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속 활약 덕분이다. 드라마는 경쟁작 SBS ‘사임당, 빛의 일기’를 방송 4회 만에 누르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인기의 가장 큰 요인도 바로 남궁민의 코믹 연기다. 할리우드 배우 짐 캐리가 떠오를 정도로 작은 표정 하나로, 심지어 눈썹으로도 웃긴다. 시청자는 그를 두고 “코믹신(神)이 내렸다”고 말한다.
“아이고! 과찬이다. 촬영현장에만 있어서 (인기를)실감하지 못한다. 야외촬영 등을 진행할 때면 주위에서 ‘과장님! 과장님!’이라 부르며 잘 한다고 응원하는데, 그 소리만 들어도 행복하더라.”
애초 ‘김과장’은 남궁민의 몫이 아니었다. 촬영 전 30대 후반 남자스타들이 줄줄이 거론됐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남궁민은 보란 듯이 ‘역전 대홈런’을 쳐냈다.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다. 그런 끝에서 작은 “소원”도 이뤘다. 최근 남성복, 부동산, 주류 등 5개 브랜드의 광고모델 계약을 마쳤다는 그는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원 없이 광고를 찍어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연기하면 ‘언젠가 인정해주겠지’하고 생각해 왔다. 성과가 따라오지 않을 땐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고, ‘사람들이 왜 날 알아주지 않지?’ 불만 속에 운을 탓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자만이 아니라 노력하면서 견뎌내니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하하!”
연기자 남궁민. 사진제공|로고스필름
남궁민의 말투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수직곡선을 그리는 시청률과 시청자의 열띤 반응이 아닌, 극중 김과장의 캐릭터를 “마치 전쟁같이 치르고” 얻었다는 자부심이다.
“전작인 ‘미녀 공심이’에서도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 캐릭터와 달라야 한다는 부담이 압박으로 다가왔다. 김 과장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남자다우면서도 목소리톤을 가볍게 하고, 모든 일에 참견하고 싶은 수다쟁이의 모습을 찾았다. 평소 눈썹을 움직여서 하는 연기를 좋아하지 않고, 눈빛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작은 표정이나 제스처를 많이 쓰고 있다.”
“정말 1%도 닮지 않았다. 하하! 나는 김 과장처럼 ‘또라이’가 아니다. 얌전하다. 모니터를 하면서도 ‘저게 나인가’ 싶을 때가 있다. 끝까지 캐릭터에 대해 연구할 거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연기하고 있다.”
● 남궁민
▲1978년 3월12일생 ▲2001년 중앙대 기계공학부 졸업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 ▲드라마 ‘어느 멋진날’ ‘부자의 탄생’ ‘내 마음이 들리니’ ‘청담동 앨리스’, 영화 ‘비열한 거리’ 등 출연 ▲2015년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 ‘리멤버’ 등으로 주목 ▲2016 드라마 ‘미녀 공심이’로 SBS 연기대상 로맨틱코미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10대 스타상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