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북핵은 임박한 위협인 만큼 상황 전개에 따라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가는 길에 기내 인터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검토에 이어 독자적 핵무장까지 허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일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대응 방식도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해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얼마나 다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한일 핵무장은 불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 우리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다”라는 전제 아래 조심스럽게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그 발언에는 핵무기에는 핵무기로 대응해야 할 만큼 북핵이 ‘임박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긴박한 상황 인식이 담겨 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서도 북한의 핵 포기 없이 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중국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내세우며 ‘3자 회담→6자 회담→북-미 담판’ 수순을 제시했다. 이런 미중 간 입장차, 특히 어정쩡한 중국의 태도는 김정은 정권의 도발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비핵화의 족쇄를 풀고 핵무장 길을 열어줘도 찬반으로 갈려 시끄러울 게 뻔하다. 특히 5·9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미국이 핵무장을 용인하는데도 중국을 의식해 반대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틸러슨 장관은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규정하면서도 한국은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부르며 한국의 중요도를 낮춰 봤다. 이미 핵 재처리 시설을 갖춘 일본은 결단만 하면 단기간에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잠재적 핵보유국’이다. 이런 일본의 핵무장을 우리는 지켜만 봐야 하는 때가 온다면 나라 꼴이 우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