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방영될 것이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비운의 선택을 했다. 또 한 명의 대통령이 8년 만에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모습은 당사자도 불행한 일이지만 국가로서도 수치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의 공소장에 뇌물 등 13개 혐의의 공모자로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검찰과 특검의 방문 조사에 협조했다면 공개적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검찰 소환은 탄핵으로 파면되기 전 대통령이란 지위를 이용해 강제 수사를 피해 온 그의 자업자득이다. 일반인으로 돌아온 이상 일반 피의자와 다름없는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 관계에 있는 최순실 씨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 주요 혐의자들은 모두 구속 기소돼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의 사익 추구를 몰랐다”, “뇌물은 엮은 것”이라며 혐의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마저 부인한다면 검찰은 이미 구속된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사 관행상 구속은 법원에서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중대 범죄 혐의자에 대해 미리 처벌하는 성격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그런 의미의 사전 처벌로 말한다면 탄핵으로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본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검찰이 여론과 미래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독자적으로 결정하되 구속의 실익이 없는 한 불구속 수사라는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건국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은 시민들의 시위로 하야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하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권을 찬탈한 혐의로 퇴임 후 감옥에 갔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이 수감됐다. 내각책임제 또는 과도기의 대통령 2명을 제외하면 대통령 9명이 모두 불행한 말로를 겪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는 그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된 이 불행한 역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심각한 숙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