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아 왔어, 라고 나는 생각한다”―‘키친’(요시모토 바나나·민음사·1999년) 》
최근 부모님 집에 있던 식탁을 버렸다. 동생보다 불과 한 살 어린, 27년이나 된 녀석이었다. 엄마는 “진짜 오래됐다, 버려도 누가 뭐라 하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내심 서운했다.
그 식탁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내 세뱃돈을 모아 산 것이었다. 당시 태어난 지 1년 남짓 된 동생은 등교와 출근 등으로 식구들이 바쁠 때면 혼자 의자를 타고 식탁 위로 올라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다리가 약한 식탁은 심하게 흔들렸다. 결국 어느 날 균형을 잃은 동생은 바닥으로 떨어져 울음을 터뜨려야 했다.
광고 로드중
엄마에게 세뱃돈 통장을 내밀며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엄마는 친지나 지인들에게 자랑했다. 어린 내가 정말로 그렇게 기특한 말을 했을까 싶지만 엄마의 설명은 그랬다. 새 식탁은 다리가 튼실했고, 동생은 더 이상 식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동생이 생겼을 때 전혀 반갑지 않았다. 오히려 독차지하던 가족의 사랑을 하루아침에 뺏기고 뒷전으로 밀려난 서운함이 컸다. 그때 찍은 사진에서 항상 우울한 얼굴로 서 있는 아이가 바로 나였다. 통장을 내놓은 건 유년시절 동생을 위한 나의 첫 애정표현이었다.
동생의 고마움을 깨닫기 시작한 건 스무 살이 넘어서였다.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오랫동안 준비했던 시험공부를 접고 전혀 다른 일을 찾아야 했을 때,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했을 때 동생은 흔들림 없이 내 옆을 지켜줬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에 등장하는 미카게, 유이치는 가족이 아닌 남남이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고 힘들 때 서로 보듬어준다. 상실의 순간에 서로에게서 뜻밖의 위로를 얻은 이들은 ‘지금까지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봐 왔다’고 독백한다. 가족의 사랑을 뺏어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위안이자 버팀목이 되고 있는 동생에게 문득 그렇게 고백하고 싶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