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란듯이… 아베 얼싸안은 메르켈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에 직격탄, 아베도 “개방 체제 앞장” 한목소리 獨국방장관, 안보무임승차론 반박… 언론 “갈등 고조땐 둘다 루저” 경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 순방을 다녀온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웠다. 메르켈 총리는 19일(현지 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업 간 거래(B2B) 전시회 ‘세빗(CeBIT) 2017’에 참석해 “우리는 공정한 시장을 원하지만 장벽을 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미독 정상회담에서 독일의 과도한 대미 무역 흑자를 언급하며 “나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라 공정무역주의자”라고 한 데 대한 반격인 셈이다.
당시 백악관 집주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손님인 자신이 청한 악수를 무시한 결례를 떠올린 듯 메르켈 총리는 19일 독일 행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얼싸안고 반기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베 총리 역시 “독일과 일본은 무역과 투자에서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이만큼까지 온 공통점이 있다”며 “독일과 함께 개방된 체제를 유지하는 선두주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유럽연합(EU)과 미국 간의 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강조한 메르켈 총리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필요성을 강조한 아베 총리 둘 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는 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두 정상은 20일 정상회의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19일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독일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분담금을 더 내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나토에 빚 계정은 없다”며 “나토 분담금이 독일의 군사적 노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독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트위터에 올린 “독일은 나토에 막대한 돈을 빚지고 있고 미국은 독일에 제공하는 값비싼 방어에 대해 더 보상받아야 한다”는 글을 겨냥한 것이다.
지그마이어 가브리엘 외교장관도 “안보 정책은 탱크나 무기를 사는 것만이 아니다”라며 “위기를 관리하고 약소국을 도와주고 기아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모든 게 안보”라며 돈을 더 내라고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편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무역 및 안보 이슈로 소원해진 미국-유럽 간 가교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독일에 이어 이번 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를 잇달아 방문한다.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인 아베 총리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G7 회담과 비교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이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되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아베 총리, 메르켈 총리만 기존 멤버로서 참석한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