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슈 갑상샘암
대한갑상샘학회는 지난해 11월 ‘2016년 대한갑상샘학회 갑상샘결절 및 암 진료 권고안 개정안’을 마련했다. 새 진료 권고안은 초음파 검사로 확인된 갑상샘 결절(혹)이 지름 1cm 이상일 때 세침흡인 세포검사(FNAC)를 권고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급증하는 갑상샘암 환자 수. 이를 둘러싼 과잉진료 논란이 올해도 뜨겁다.
국립암센터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 갑상샘암 환자 수는 1999년 3325명에 그쳤다. 하지만 14년 후인 2013년에는 12.8배로 늘어 4만 2541명을 기록했다. 전체 암 가운데 수술 건수 1위 암이 된 것이다. 이는 국내 인구 10만 명당 갑상샘암 환자 수 약 84명으로, 전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암 가운데 갑상샘암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국가가 됐다.
“1cm 이상 갑상샘암만 수술해야”
대한갑상선학회는 지난해 11월 ‘2016년 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결절 및 암 진료 권고안 개정안’을 마련했다. 새 진료 권고안은 초음파 검사로 확인된 갑상샘 결절(혹)이 지름 1cm 이상일 때 세침흡인세포검사(FNAC)를 하고, 그 결과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결절이 1cm 미만이라도 즉시 수술해야 하는 진행암 의심 소견이 있거나 임상적 위험인자, 환자 선호도, 상태 등을 판단해 필요하다면 세침흡인세포검사를 할 수 있다. 수술을 하더라도 갑상선 한쪽 옆만 제거하는 반(半)절제술을 먼저 시행하기를 권하고 있다. 림프절 전이암은 예방적인 림프절 절제를 피하고 절제 범위도 최소화하라고 권고했다.
미국갑상샘학회, 4cm 이하도 수술을 안 해
미국갑상샘학회(ATA)는 2015년 갑상샘 수술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권고안 내용은 1~4cm 사이의 예후가 양호한 갑상샘암 중 세포학적·초음파상으로 악성종양이 의심되거나 암 돌연변이 가능성이 있는 경우, 갑상샘암 가족력 있는 경우, 과거 방사선에 노출된 경험이 있을 경우에 갑상샘 절제술을 권장하고 나선 것. 그 외 피막침범이나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에는 갑상샘을 다 제거하지 않고 반만 제거하는 수술이 가능하다. 결국 암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수술보다는 시간을 두고 관찰해보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 훨씬 안전하고 유용한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배자성 서울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갑상샘 결절 1cm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크기가 작거나 위치 등 예후가 좋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환자에게 시간을 갖고 지켜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갑상샘암이 유행처럼 급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충북대 의학과 박종혁, 김소영 교수는 ‘저부담-저수가-저급여’로 이어지는 보건의료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박 교수와 김 교수는 의학계 보건 권위지인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게재된 ‘의료시스템이 갑상샘암 급증의 원인’이라는 연구 논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두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보건의료제도 설명 보고서와 암 발생 통계, 건강 통계를 활용해 갑상샘암 발생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공공부문의 지출이 낮고 진료 행위별 수가제를 운용하는 국가에서 갑상샘암 발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 시스템에서는 의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진료비 지불 방식은 외래진료와 입원 서비스 모두 의료공급자가 제공하는 의료행위마다 일일이 가격을 매겨 지급하는 이른바 행위별 수가제(Fee-for-Service)를 기본으로 한다. 결국 이런 이유로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사들과 환자의 신념과 함께 의료제공자의 적자를 보존해주기 위한 보상메커니즘이 결합해 갑상샘암 유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의 갑상샘암 유행은 과진단의 한 예이며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재정을 더 투입해 현재의 ‘저부담-저수가-저급여’ 보건체계를 적정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