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엔 수혜자가 최고 400만원 부담… 7월부터 시행… 생체이식은 제외
7월부터 뇌사자의 장기를 적출할 때 드는 수술비 전액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기존엔 장기를 이식받는 수혜자가 비용을 대납하는 구조 탓에 적출 수술비를 ‘장기 값’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뇌사 판정비, 장기 검사·이송비 등 ‘뇌사 장기 기증 관리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7월 시행할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기존엔 수혜자가 자신의 이식 수술비 3000만∼4000만 원과 별도로 뇌사자 관리비 300만∼400만 원을 부담해야 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이식 수혜자의 부담이 종전의 7∼14% 수준으로 줄어든다. 특히 장기 적출 수술비의 본인부담금은 전액 면제된다.
이는 장기 적출 비용을 수혜자가 대납하는 제도가 자칫 ‘이식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비쳐 기증의 순수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수혜자 측으로부터 송금받은 수술비를 뇌사자 유가족이 병원에 납부하는 구조인데, 통장에 찍힌 돈을 보며 ‘내가 가족의 장기를 판 것 같다’며 고통스러워하는 유가족이 적잖았다. 7년 전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콩팥, 간을 기증한 아들을 기리기 위해 유가족 모임에 참여해온 A 씨(56)는 “‘장기 값도 치렀는데 기증자에게 고마워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논란을 의식해 장기 기증자의 유가족에게 지급해온 위로금(180만 원)의 명목을 지난달 ‘장제(葬祭)비’로 개명했다.
건강보험 확대 적용에 따라 이식 수혜자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대다수 병원은 수혜자의 몸에 꼭 맞는 장기가 나타나도 입원·수술비를 선납하지 않으면 이식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적출 비용 대납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 돼왔다.
다만 이번 조치는 뇌사자의 장기 기증에만 한정됐다. 살아있는 기증자의 장기를 적출하는 ‘생체 이식’ 비용은 여전히 이식 수혜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규리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선진국 의료진은 ‘한국에선 장기 적출 비용을 수혜자가 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큰 충격을 받는다”며 “장기 이식 의료 기술만큼 ‘생명 나눔’이라는 인식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이번 조치로 연간 이식 환자 1800여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며 “생체 이식 시 적출 비용에 대해서도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