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4> 스마트공장, 달라지는 생산방식
포스코 직원이 스마트 공장으로 구축된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압연운전실에서 공장 곳곳으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업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벌겋게 가열된 철강 반제품 슬래브가 압연기로 이동하는 모습.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에서 지난해 닻을 올린 스마트 공장이 이미 구현했거나 앞으로 현실화시킬 모습들이다. 미세한 조건에도 품질이 크게 달라지는 공정 속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제품 생산이 끝난 뒤에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계를 스마트 공장 구축으로 훌쩍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 철강사, 빅데이터를 실로 꿰다
광양제철소 후판부는 고로에서 만든 쇳물을 이용해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만드는 제강 및 연주 공정과 이 슬래브를 뜨겁게 가열한 뒤 강하게 눌러서 후판으로 완성하는 압연 공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철강 고유 연속 공정의 축소판이면서 여러 공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스마트 공장 시범 사업장이 됐다.
20일 광양제철소에서 만난 후판 스마트팩토리추진팀의 김찬우 과장(37)은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화면에 후판 공정과 관련한 다양한 그래프를 띄웠다. 월간 생산량 통계 등은 기존에도 볼 수 있던 이른바 ‘매크로 데이터’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포스코가 ‘포스프레임’이라고 이름붙인 스마트 공장 플랫폼을 완성하면서 ‘마이크로 데이터 트렌드 분석’ 화면을 함께 볼 수 있다.
최종 생산된 개별 후판 제품에는 모두 고유 번호가 매겨지고 이 제품을 클릭하면 열연 과정에서 받은 압력과 온도의 변화 같은 자료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정밀하게는 0.005초 단위로 수집되는 열연공장의 자료를 모두 모으면 하루 1TB(테라바이트)에 이른다. 후판 제작 공정의 수치 자료들로만 고화질 영화 1000편가량의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쌓여서 정리된 빅데이터는 불량품이 발생하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김 과장은 “예컨대 불량이 발생한 순간 압연 과정에서 주어진 압력에는 문제가 없는데 후판 일부가 두껍게 제작됐다면 후판이 충분히 가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생산 노하우에 AI 덧붙여 생산 효율성 제고
공장에서 실제로 활용 중인 성공 사례는 이런 식이다. 가열된 상태의 슬래브는 조건에 따라 표면에 균열이 발생하기 쉬워 특정한 철강 종류는 늘 따로 균열을 제거하는 ‘스카핑’이란 공정을 거쳤다. 하지만 단순히 철강 종류가 아니라 빅데이터로 다양한 조건을 분석해 크랙 발생 가능성을 상당히 정확하게 점칠 수 있게 되면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스카핑 공정 빈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다만, 복잡한 연속 공정을 스마트화하면서 인공지능(AI) 활용은 아직 제한적인 단계다. 곳곳의 센서와 영상 장비를 활용해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분석해 조업 조건에 따른 생산 결과물을 ‘예측’하는 단계에는 거의 도달했지만 공장이 스스로를 제어하는 데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이다. 현재 후판공장에서는 빅데이터 등을 통해 도출된 해법을 엔지니어와 연구원이 직접 검증하면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자동적으로 생산 과정을 통제하는 모습은 이 제철소 2도금공장 3CGL(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용융아연도금강판은 자동차 외장용 강판 등에 쓰이는 비싼 철강 제품이다. 완성차 업체의 요구에 따라 수시로 도금의 두께를 바꾸면서도 오차를 줄이는 것은 이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력 중 하나다. 아연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이종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도금량 예측모델 알고리즘을 개발해 3CGL에 적용했다. 그 결과 수동으로 조업할 때 최대 7g에 이르렀던 m²당 도금량 편차는 0.5g까지 줄었다. 이런 스마트 공장 구축은 생산 과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철강 종류를 개발할 때 실제 공정 대신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양과 기능을 테스트하고 현장의 센서와 스마트 헬멧·밴드를 통해 유해가스와 소음, 온도 등을 모니터링해 위험 요소를 알려주는 변화 역시 진행 중이다.
광양=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