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차두리 전력분석관… 통역 필요 없이 감독 뜻 전달해 작년 안방 우즈베크전 때 큰 효과… 선수들도 잘 알아 격의없는 소통 중국전 대비 수비코치 역할까지
중국과의 일전에서도 ‘차두리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선수 시절 폭발적인 스피드와 힘을 보여주며 ‘차미네이터’라고 불리던 차두리(37)는 은퇴한 지금도 한국 축구대표팀에 있다. 직책은 전력분석관.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6차전(23일)을 앞두고 20일부터 중국 창사에서 훈련하고 있는 대표팀에서 가장 분주한 스태프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21일 열린 훈련에서도 상대의 전력 분석 결과를 브리핑하는 것은 물론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는 수비 코치 역할도 했다.
차 분석관은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란과의 4차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것이 조기 선임의 계기가 됐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소통 통로가 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렇다면 차 분석관이 오기 전에는 소통이 안 됐다는 걸까.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차범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때 태어난 차 분석관은 슈틸리케 감독의 모국어인 독일어에 능통하다. 통역을 거칠 필요가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치른 2015년 아시안컵 대표팀에서 활약한 덕분에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도 몸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독일, 스코틀랜드 등 유럽 리그와 K리그에서도 뛰었기에 대표팀의 해외파와 국내파를 막론하고 두루 친하다.
차 분석관은 바로 ‘실력’을 발휘했다. 한국은 지난해 이란과의 방문 4차전에서 0-1로 진 뒤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이 패전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안방 5차전에서 졌다면 감독 자리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국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위기에서 탈출했다. 당시 차 분석관은 경기를 앞두고 축구협회에 제안해 선수 격려 동영상을 만들었다. 경기를 하는 동안에는 테크니컬 박스로 나와 선수들에게 감독의 지시사항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
대표팀의 ‘캡틴’ 기성용(28·스완지시티)은 “두리 형이 지금 대표팀 선수들과도 함께 생활한 시간이 많다. 누구보다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선수로서의 경험도 풍부해 다양한 조언을 해준다. 당장 주장인 나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차 분석관을 치켜세웠다.
‘분석관’ 차두리의 임기는 9월 5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까지다. 임기를 마쳐도 대표팀에서 차두리는 계속 볼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올해 안에 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는 A급 코치 자격증을 딸 것이다.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코치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