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해 음식평론가
향토 특산물은 우리 시대가 만든 허상이다. 실체가 없다. 지리적 구분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과 비슷한 지방제도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시작되었다. 조선시대 내내 전국을 도, 부, 목, 군, 현으로 나누다가 갑오개혁 당시 전국을 23부 337군으로 개편했다. 지리적 구분이 뒤섞였다. 지역 구분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별 통폐합이 활발하다. 좁은 땅덩어리다. 작은 개울 하나로 지자체가 나뉜다. ‘우리 고장의 특산물’은 허상이다. 이리저리 갈렸다 합치고, 또 갈라지고 통합한다. 특정 지역 특산물은 없다.
과메기는 포항의 특산물일까. 아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의 기록. 한겨울이면 청어가 영남 울산에서 잡히기 시작한다. 관목어(貫目魚·과메기)는 청어를 말린 것이다. 조선시대 관목어는 울산에서 시작된다. 포항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주연문장전산고’가 편찬된 19세기 중반, 포항은 바닷가의 작은 포구였다. 불과 150년 전, 과메기 주산지였던 울산에는 과메기가 없다. 일제강점기에 성장한 포항에서 과메기가 지천으로 나온다. 향토 특산물 과메기는 포항 것일까, 울산 것일까.
비닐하우스가 전국에 지천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각종 농축산물이 쏟아지고 있다. 기후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대구 특산물 사과는 사라졌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대구에서는 사과가 잘 자라지 않는다.
향토 특산물을 찾는 것은 일본인들의 방식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지방분권형의 국가였다. 중앙의 막부(幕府)와 지방의 번(藩)은 독립적이다. 막번(幕藩) 체제다. 항은 독자적인 경제, 정치, 문화 체제를 가진다. 지방분권적 막부 체제에서는 지역마다 향토 음식 혹은 향토 특산물이 가능하다.
한반도는 오랫동안 중앙집권제의 나라였다. 지방 선비들이 중앙관리가 되고 다른 지방에서 벼슬살이를 한다.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뒤섞인다. 중앙정부는 각 지역의 세금을 받아 중앙에서 사용하고 각 지역에 재분배한다. 분권적인 일본과는 전혀 다르다. 민어는 서해안 전역에서 잡혔다. 교산 허균도 ‘도문대작’에서 “민어는 서해안 전역에 너무 흔하니 별도로 설명하지 않는다”고 했다. 위어(葦魚)는 궁중 진상품이다. 행주산성 언저리의 위어는 소중하게 여겼다. 특산물이기 때문이 아니다. 서빙고의 얼음을 이용하여 궁궐까지 싱싱하게 운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어는 서해안 전역에서 널리 잡혔다. 먼 곳의 위어는 젓갈로, 가까운 곳의 것은 구이용, 횟감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특산품 위어’는 없었다.
한우를 향토 특산물, 명품이라고 주장하는 지자체가 많다. 일본식이다. 그 덕분에 오랫동안 기름의 분포로 고기를 가르는 일본만의 쇠고기 등급제를 따라 했다. 먹어 본 특산물 쇠고기만 20가지를 넘긴다. 명품 쇠고기를 내놓지 않는 지자체가 드물다. 한반도의 명품 쇠고기도 허상이다.
황광해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