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 모두를 전면 부인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로 판단한 삼성전자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소유 독일 법인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 간 213억 원 후원 계약에 대해 “몰랐던 일”이라고 진술했다. 또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후원을 하도록 직접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을 압박해 대가성 있는 뇌물을 받은 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11시 40분까지 14시간 5분 동안 서울중앙지검 청사 10층 1001호실에서 박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무려 7시간 넘게 조서를 살펴보느라 22일 오전 6시 54분이 되서야 청사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아직도 혐의를 다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 이날 박 전 대통령 검찰 조사에는 총 21시간 19분이 걸려 역대 전직 대통령 조사 시간 중 가장 길었다. 조사에 입회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5)는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한웅재 형사8부장(47)에 이어 이원석 특수1부장(48)이 맡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영상녹화 조사에 동의하지 않자 이를 수용했다. 두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불렀고, 박 전 대통령은 두 부장검사를 “검사님”이라고 호칭했다.
검찰은 24일경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특수본의 박 전 대통령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대검찰청 참모들과 상의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 필요성에 대한 검찰 내부의 의견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청구에 찬성하는 측은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 박 전 대통령과 국정 농단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구속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 특검팀은 대기업의 두 재단 출연과 삼성전자의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판단했지만, 실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챙긴 경제적 이득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5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서 에쿠스 리무진 차량을 타고 출발해 8분 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사 중앙 출입문 앞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배석준 eulius@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