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5> 미래자동차 경쟁 뛰어든 한국
자율주행차 앞에 늘 따라붙는 말은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이다. 그만큼 국내외 자동차회사들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의 미래 순위를 가를 핵심이기 때문이다. 비단 자동차회사들의 순위만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차의 성패는 4차 산업혁명에서 자동차산업의 지위를 결정한다. 첨단 주행기술에 통신기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더한 자동차가 어디까지 진화하느냐에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달렸다. 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한창이고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으로 3단계(조건부 자동화)와 4단계(고도화된 자동화) 중간쯤으로 평가된다. 3단계는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감시 아래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4단계는 대부분의 도로에서 시스템에 의해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수준이다. 마지막 5단계는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도 완벽한 것을 의미한다.
국내 자율주행차는 일반적인 주행은 수월했지만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스누버2는 왕복 2차선의 반대편 도로에 정차된 차가 있을 때 맞은편에서 차가 다가와도 별다른 반응 없이 주행을 이어갔다. 맞은편 차가 정차된 차를 피해 중앙선을 넘으면 충돌 위험을 감지하고 멈춰 섰다. 보통의 운전자라면 내 차를 도로 오른쪽으로 붙인 상태로 상대방 차와 동시에 움직였을 터. 동승한 계동경 연구원은 “상호 소통을 통해 이뤄지는 임기응변식 주행 능력은 자율주행차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최종 5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통신기술을 통한 커넥티드카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현재는 차량 내 전자기기들이 통신하지만 미래에는 차와 주변 사물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도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받고 가장 빠른 길을 찾는 식으로 활용한다. 신호등과 교신하며 점멸 시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면 연료소비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기업인 시스코와 지난해부터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통신기술이 필수적인 만큼 통신기업들도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BMW와 손잡고 지난해 11월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5세대(5G) 시험망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를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 지난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시속 170km로 달리는 초고속 주행 환경에서 5G 최고 속도(Gbps) 통신에 성공했다. KT는 5G 통신망을 기반으로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자율주행 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커넥티드카 기술이 단순히 주행 성능과 안전성만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부가 산업을 촉진시킨다. AI 기술이 결합된다면 날씨와 도로 상황을 반영해 맛집이나 관광지를 추천하고 데려가는 식의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게 가능하다.
자율주행차의 장밋빛 미래가 저절로 오는 건 아니다. 한국이 자율주행차 기술을 주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려면 수많은 실험을 통해 현 제도의 미비한 점을 찾고 도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율주행차 실증 실험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일례로 현재 사거리에서 정지선 앞에 차가 섰을 때 자율주행차에 달린 카메라는 신호등을 볼 수 없다. 신호등 위치를 뒤로 옮겨야 한다.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은 “구글만 해도 이미 6년째 일반 도로를 쉼 없이 달리며 연구하고 있고, 미국 주 정부들은 이를 지원하면서 개선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반 도로 주행 시험은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 관련 정부 정책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고 개별 기술 개발만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서 센터장은 “지금 도태되면 나중에 자율주행차는 물론이고 도로 시스템을 통째로 사와야 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