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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적폐 청산 특조위 설치”… 홍준표 “좌파 적폐 청산” 맞불

입력 | 2017-03-23 03:00:00

진보 vs 보수 ‘적폐 프레임’ 전쟁




한국당 경선 비전대회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비전대회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김진태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인제 전 최고위원(왼쪽부터)이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적폐 청산’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와 부정수익 환수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자유한국당 경선에 참여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좌파 적폐 청산’으로 맞불을 놨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토론회’에 참석해 “부정축재 재산을 국가로 환수하는 ‘최순실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적폐 청산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국정 농단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부정수익을 조사하고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환수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MBC를 재차 겨냥했다. 문 전 대표 캠프 김경수 대변인은 “공영방송 MBC가 다시 한 번 언론 적폐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며 “탄핵 반대 집회 미화, 특검 수사 결과 보도 축소, 탄핵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 취소 등 MBC가 ‘무너졌다’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토론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었다”며 MBC의 해직 기자 미복직, 사장 인사 등을 지적했다. 또 “적폐 청산 중 하나가 언론 적폐”라고 했다. 이에 대해 MBC는 보도자료를 내고 “문 전 대표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중단하고 MBC 비방에 대해 사과하라”고 밝혔다.

‘적폐 청산’은 이번 대선에서 문 전 대표 측이 강조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게이트’는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대연정을 꺼내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의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산 대상을 사람이나 세력으로 규정하는 건 또 다른 국론 분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 전 대표 캠프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적폐 청산은 특정 인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조리한 관행과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소득불평등, 정경유착, 블랙리스트 문제 등을 바로잡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보수 진영의 홍 지사는 이날 ‘좌파 적폐 청산’을 꺼내들었다. 부산에서 열린 한국당 경선 비전대회에서 “문 전 대표가 ‘보수정권 10년의 적폐 청산을 하겠다’고 한다”고 운을 띄운 홍 지사는 “문 전 대표가 비서실장을 했던 노무현 정부는 뇌물로 시작해서 뇌물로 끝난 정권”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런 정부의 핵심에 있던 사람이 적폐 청산을 주장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바다이야기’ 문제를 거론하며 “노무현 정부는 서민들의 돈을 훔쳐서 조 단위로 가져갔는데 그 돈을 가져간 사람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간이 작아서 (집권 당시) 좌파 적폐 청산을 못했다. 내가 집권하면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지사 측은 앞으로 ‘좌파 적폐 청산’을 내세우며 공세 수위를 더욱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한국당 대선 주자들도 이날 문 전 대표를 향해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박 전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김진태 의원은 “문 전 대표가 2003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사면하고, 부산저축은행에 관여한 것들을 제가 제일 잘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문 전 대표가 사퇴하면 저도 지금 사퇴하겠다”고 가세했다. 한국당이 문 전 대표 비판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은 대선 구도를 좌우 진영 대결로 이끌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