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역대 최강 대북제재법안 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대북 압박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7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외교, 안보, 경제적 모든 대북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행정부와 의회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초강경 조치와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21일(현지 시간) 대표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은 지금까지 미 의회가 내놓은 대북 제재 중 ‘역대급’으로 평가할 만큼 강도가 높다. 중국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막고, 달러화는 물론이고 중국 위안화를 통한 금융 거래까지 차단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법안에는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 등 야당 의원들도 초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의회 통과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법안의 목표는 달러의 평양 유입을 전방위로 차단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지난해 1월 미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이행 강화법’과 5차 핵실험 이후 만들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에 빠졌던 새로운 제재를 담고 있다.
또 북한의 해외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관할권 내 자산 거래를 금지토록 했다. 이는 북한 노동자들이 평양으로 보내는 달러가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재원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외국 은행들은 북한 금융기관의 대리계좌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북한 은행들이 글로벌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됐지만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차명 계좌를 만들어 외국 은행과 거래할 소지가 있어 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은 중국 등의 적극적 대북 제재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제3국 및 제3자 제재에 대한 표현도 명확히 했다. 지난해 통과된 현행 대북제재법은 제재 대상을 ‘개인’ ‘기관’ 등으로 애매하게 규정했으나, 이번에는 ‘외국(foreign)’으로 명시했다.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요소가 담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대북정책을 ‘엉망진창’이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대하고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과 협력해 새로운 외교, 안보, 경제적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