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군인 출신 엘우드 보수당 하원의원 구급차 도착할때까지 심폐소생술… 동료의원들 “테러 맞선 영국 영웅” 테러 당한 경찰관은 끝내 숨져 15년전 발리테러 때 친동생 잃어
그는 지체 없이 구강 호흡과 가슴 압박을 이어가며 큰 부상을 입은 파머를 살리기 위해 분투했다. 깔끔한 양복 차림의 그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심폐소생술을 이어갔고, 얼굴과 손에 피가 묻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의 응급조치는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고 구급요원들에게 상황 설명을 한 뒤에야 집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엘우드 차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머는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엘우드 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리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고 응급차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상태였다”며 “나는 그(경찰관)가 죽기 전에 곁에 있던 마지막 목격자 중 한 사람이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팀 패런 자유민주당 대표도 “토비아스가 전체 의원의 명성을 높였다. 그는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완전히 영웅적이었다. 자신의 직무를 넘어서 경찰관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치켜세웠다.
엘우드 차관은 15년 전인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테러 때 남동생을 잃었다. 교사였던 동생은 학회 참석을 위해 발리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엘우드 차관은 발리로 날아가 동생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며 테러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2012년 BBC 인터뷰에서 당시 영국대사관의 사고 수습 방식에 충격을 받았으며 특히 보안정보국 MI5가 테러 공격 관련 정보를 일찍이 입수하고도 국민에게 경고하지 않은 점에 분노했다.
엘우드 차관은 1991∼1996년 육군 정찰병으로 북아일랜드, 키프로스, 쿠웨이트, 독일 등에서 복무했으며 대위로 예편한 군인 출신 정치가이다.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일하다가 보수당 톰 킹 의원실에 합류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2001년 총선 때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충격적인 테러에도 런던 시민들은 이에 위축되지 않고 테러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런던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反)테러 이미지나 희생자를 위로하는 게시물을 올렸으며 전 세계 누리꾼들도 동참하고 있다.
‘런던을 위해 기도해요(#prayforlondon)’ ‘사랑해요 런던(#welovelondon)’ 등의 해시태그를 단 위로와 응원 글도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추모 의미로 이날 밤 12시부터 조명을 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청도 영국 국기 모양의 불빛을 비추며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가장 큰 테러를 당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테러 공격 현장인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내 하원에 나와 “우리는 겁먹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영국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연설을 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어제 우리의 민주주의를 침묵시키려고 테러 행위가 저질러졌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평상시처럼 모였다”고 말하며 수사 상황 등을 전했다. 영국 의회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23일 오전 9시 반경 모여 1분간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한 뒤 의사일정을 시작했다.
황인찬 hic@donga.com·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