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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철부지 어른’ 같은 중국인의 행태

입력 | 2017-03-24 03:00:00

中 심리학자 우즈훙의 ‘거영국’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중국에서 벌어지는 사드 보복을 보면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의 모습인지 의아해진다. 국가여유국이 전화로 주요 여행사에 한국행 관광객 모집 중단을 지시했으면서도 문서화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한다. 한 지방정부는 포장지에 한글이 새겨진 제품은 판매하지 말라고 구두로 지시하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을 모아 놓고 ‘반사드 반롯데’ 구호를 외치도록 한다. ‘반사드 홍위병’이 따로 없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 자유무역 질서에 편입돼 세계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중국인의 자화상이다.

중국 심리학자 우즈훙(武志紅)이 지난해 12월 출간한 것으로 최근 일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가 금지돼 논란이 되고 있는 ‘거영국(巨영國)’은 바로 이런 궁금증의 일부를 해소해주는 책이다. ‘몸은 거구의 성인이지만 정신연령은 어린아이인 나라’로 제목의 뜻을 풀이할 수 있는 이 책은 중국인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영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사드 광풍은 이런 개인이 모여서 ‘영아기의 자기중심적 민족주의’로 표출되는 형국이다.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 심리학과 출신인 저자는 21년간의 사색을 거쳐 중국인의 국민성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다고 스스로 소개한다.

저자는 “대다수 중국 성인은 심리적으로는 어린아이, 즉 ‘철부지 어른”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이들은 극도로 자기중심적 심리 상태를 가져 광적으로 남을 제압하려고 하고, 때로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그러면서도 무력감과 불안감 등 보편적인 심리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1992년 어느 날 ‘1942년’이라는 영화를 보다가 ‘거영(巨영)’이라는 개념이 갑자기 떠올랐다고 밝혔다. 한 군수 담당 장교가 윤락가에서 17세 남짓의 소녀를 찾아서는 엄마에게나 구할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엄마의 젖을 빨면서도 한편으로는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연상됐다는 것. 그는 그 후 ‘거영’이란 개념을 가지고 대부분 중국인의 심리상태와 사회문화 현상을 해석할 수 있었다고 소개한다.

한 예로 중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노인들의 ‘조력자 공갈사건’을 든다. 한 노인이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깨어난 뒤 자신을 병원으로 데려온 사람에게 ‘왜 나를 쳤느냐’며 협박하고 돈을 요구하는 식이다. 이 노인을 ‘철부지 어른’으로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심리발달 이론(구강기-항문기-남근기-잠복기-생식기)을 빌려 중국인의 집단심리 연령은 1세 미만의 구강기를 넘기지 못했고, 심지어 6개월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편다. 심리적 연령이 6개월인 영아는 보살핌을 잘 받으면 만족감을 느끼고 세상이 자기 뜻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만 보살핌이 부족하면 철저하게 무력감에 빠져 분노를 폭발하며 자신과 세상을 해치려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조각배 위에서 남자들이 웃고 있는 중국 화가 웨민쥔의 그림. 동아일보DB

책 속에 삽입된 현대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인 웨민쥔(岳敏君)의 6장의 그림에서 남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관계없이 입을 크게 벌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다. 웃는 모습에서 슬픔이 느껴지는 이른바 ‘냉소적 리얼리즘’은 저자가 이 책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