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4> 안희정 충남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오른쪽)가 23일 방송된 채널A-동아일보 특집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지사는 “현 국회 구조에서는 모든 청년 정책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며 대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3일 방송된 채널A-동아일보 특집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해 청년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심경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고 강조하기보다는 청년 세대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안 지사는 “높은 학비로 빚쟁이가 돼서 사회에 진출해도 나만의 노력만 가지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라며 “급기야 어느 정치인은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고, 해외로 나가라고 하는데, 희망의 종류가 이것밖에 안 돼 (정치인으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공공 일자리 창출, 청년 고용 할당제, 중소기업 인턴 고용 보조금제 등 수많은 청년 정책이 쏟아졌지만 ‘곧 좋아지겠지’라는 공감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표지갈이식 청년 일자리 공약 안 한다”
안 지사는 “역대 정부의 청년 정책은 세부적으로 90%가 같고, 자습서를 자주 바꾼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용은 똑같은데 표지만 바꾸는 ‘표지갈이’ 청년 일자리 공약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똑같은 식재료지만 저한테 그 부엌을 맡겨 주시면 호텔급 요리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존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협치가 필요하다는 게 안 지사의 생각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임금님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의회를 통한 개혁 입법 없이는 어떤 것도 앞으로 갈 수가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시켰던 것처럼 강력한 다수파를 형성해 국가 개혁과 적폐 청산의 길로 가겠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충남에서 협치를 통해 도정을 이끈 경험을 들며 대연정의 실효성을 부각했다. 그는 “2010년 처음 도지사가 됐을 때 충남도의회 44명의 도의원 중 민주당 소속은 단 2명뿐이었다”며 “극단적 ‘여소야대’ 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무상급식, 공공의료 등 진보적 정책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전 국민 안식제,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등 안희정표 공약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안 지사는 ‘10년 일하면 1년 쉬는 게 듣기엔 좋은데, 마치 특정인만을 위한 정책 같다’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시절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할 때도 그런 의문이 나왔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착이 됐다”며 “독일에 비해 연 3개월을 더 일하는 과로 사회에서 쉼표가 있는 사회로 나갈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 “지방 국공립대 KAIST급 지원”
그는 “지역 인재들이 다 ‘인 서울’ 하면 지역 발전 동력은 사라진다”며 “KAIST나 육군사관학교처럼 국가가 책임지는 국공립대가 늘면, 실질적으로 대학이 지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유능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공무원들이 독서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남도에서 독서대학을 운영하며 독서를 인사평가 제도에 반영했다. 특히 전공 서적처럼 직무와 관련된 독서는 인정하지 않았다”며 “독서가 재충전의 기회가 되고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안 지사는 “대통령 선거는 지휘자를 뽑는 것인데, 피아노도 쳐 봐라, 바이올린도 켜 봐라 하면 대통령의 자질 검증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주변 전문가들의 조언을 가지고 ‘이게 답이다’라고 얘기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선거의 핵심 주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자신이 가장 확실한 정권 교체 카드라고 주장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10%포인트 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오지만, 저는 20%포인트 이상 차로 이긴다. 이것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아닐까.”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