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동아DB
봄과 함께 찾아온 달갑지 않은 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고농도 미세먼지’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나흘간 이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많은 분들이 불안에 떨었습니다. 언론도 미세먼지 문제를 중요 소식으로 다뤘습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비판입니다.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을 시작한 비상저감조치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2부제나 공사장 조업 중단과 같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비상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입니다.
질타의 초점이 된 것은 까다로운 발령조건입니다. ①발령 당시 수도권 9개 권역 중 한 곳이라도 미세먼지주의보가 떠있을 것(현재) ②당일 오전 0시~오후 4시 권역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0μg/㎥ 이상(나쁨)일 것(과거) ③내일 3시간 이상 매우 나쁨 예보(미래)가 뜰 것이 조건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1번 조건이 탈락해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에, 1년에 한 번 발령될까 말까한 조치를 굳이 왜 시행하느냐는 데 비판의 주안점을 두고 싶습니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면 혹여 비상저감조치 발령조건에 이를까 싶어 휴일에도 출근해 사무실을 지키는 상황입니다. 아마 봄철 내내 미세먼지가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공무원들의 이런 상시 긴장상태도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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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도 걱정입니다. 전 수도권에 걸쳐 엄청난 단속인력과 장비가 요구될 겁니다. 공무원, 경찰, 시민 모두가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는 이러한 정책이 과연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한데 언론의 ‘까다로운 조건’ 질타가 이어지자 환경부는 오히려 조건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건이 완화돼 나들이철인 봄, 한 달에 서너 번씩 차량2부제 및 민간 공사장 조업 중단이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저만 염려되는 걸까요?
지른 이상 안 할 수는 없고, 완화하자니 잦은 시행에 따른 불만이 많을 거 같고, 현 조건을 두자니 발령도 안 될 정책 왜 시행하느냐 할 것이고…. 현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정부의 ‘계륵’이 된 모양새입니다. 어제도 자정경 여전히 근무 중이라는 환경부 공무원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부디 그들의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