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한양도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문화재에 대한 안목과 지식이 없고 관광산업 정보에 어두운 탓이겠지만 세계유산 또는 세계문화유산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몇 가지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특정인들이 여러 지역 인류의 다종다양한 유적과 문화유산을 동일한 가치기준으로 평가해 적합 또는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걸까. 인증 기준에 적합하든 부적합하든 이미 오랜 세월 존재해 온 공간이나 사물의 가치가 도대체 어떻게 달라진다는 걸까.
초등학교 중학교 때 방학 날 받은 생활지침 프린트 중에 책 제목이 빼곡히 적힌 ‘필독도서’ 목록이 있었다. 그걸 받을 때마다 난감했다. 책을 아주 적게 읽은 편은 아마 아니었을 텐데도 읽은 책이 거의 없었고, 딱히 읽고 싶은 책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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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책면 글감 선정도, 늘 그랬듯 조마조마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