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5월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호남 경선에서 압승해 본선 진출이 유력시된다. 안 전 대표는 25일 광주·전남·제주 경선에서 60.69%, 어제 전북 경선에서 72.6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다. 호남은 국민의당 당원 19만 명 중 광주·전남 7만여 명과 전북 3만여 명 등 절반 이상이 있는 최대 지지 기반이다. 경선은 사전선거인단 모집 없이 국민을 상대로 한 현장투표 80%와 여론조사 2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아직 5개 권역과 여론조사가 남았지만 사실상 승부가 났다는 관측이 많다.
호남 경선이 예상 밖으로 흥행에 성공한 데 고무된 듯 안 전 대표는 전북 승리가 확정된 뒤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안철수 싸움”이라는 안 전 대표의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보수 후보가 현저히 열세여서 ‘안철수 후보’는 대안을 찾는 보수층의 관심도 끌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선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 만큼 존재감이 미미했다. 촛불 집회에 나가지 않아 선명성이 강한 야권 정치인들에게 밀린 것도 한 요인이나 말로만 ‘새 정치’를 표방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데 대한 국민의 실망도 컸다. 작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을 제3당(현 39석)으로 밀어줬지만 안 전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협치’를 실천하기는커녕 사안에 따라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했다.
안 전 대표는 과거 ‘철수 정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따라다녔지만, 이번엔 권력의지가 단단해 보인다. ‘문재인-안철수’ 대결 구도가 이루어진다면 유권자들의 관심은 단순히 안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항마’가 되느냐가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시대착오적인 대북 햇볕정책을 복원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역행하고, 한미동맹 관계도 다시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보수층엔 크다.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에게 쏠린 이 같은 우려를 확실한 안보 비전 제시로 불식할 수 있다면 보수층으로 지지 기반의 외연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 전 대표가 대권에 가까이 가려면 약점으로 꼽히는 포용력을 넓히고,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확실한 안보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