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 니컬러스 쿡 지음·장호연 옮김 곰출판2016년
박용완 국립극장 홍보팀장·전 월간 객석 편집장
오늘날 음악의 생산, 유통, 소비 양상은 ‘권위주의의 쇠퇴’로 요약된다. 감상자가 음악에 접근하고 선택하는 과정은 하루가 다르게 간편해지는 중이다. 음반 한 장 살 돈으로 전 세계 음악가들이 갓 만든 음악을 한 달 내내 들을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건 주체적 선택과 감상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 속에 음반 회사가 클래식 음악의 수직적 권위를 고수하는 건 미련하고 순진한 선택이다. 영민한 음반사는 권위의 계단에서 내려와 주변 장르를 껴안으며 수평적 확장을 꾀한다.
영국인 음악학자가 쓴 이 책은 음악을 둘러싼 여러 권위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매순간 음악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권위의 문제까지 인식하며 듣는 행위가 사실 일반적이진 않다. 원서는 1998년 출판됐다. 국내에는 2004년 처음 번역됐다가 지난해 새롭게 다듬어져 나왔다. 책이 출간됐을 때와 지금의 음악산업 환경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이 책의 힘은 유효하다. 감상자에겐 더욱 그렇다.
프랑스 화가 외젠 루이 라미의 1840년 수채화 ‘베토벤 교향곡을 듣는 순간’. 사진 출처 expositions.bnf.fr
음악을 둘러싼 서열과 권위가 어찌됐든 음악은 감상자의 개인적 경험과 사고의 대상이다.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요지도 이것인 듯하다. 콘서트홀에 앉아 있을 때, 스마트폰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우연히 TV 광고음악에 귀를 기울인 시간, 음악은 작곡가가 아닌 ‘나의 것’이라는 사실.
박용완 국립극장 홍보팀장·전 월간 객석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