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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김정남 유골 北에 인도 합의

입력 | 2017-03-28 03:00:00

현지언론 “金 시신 이미 화장”… 北에 억류된 자국민 귀환 조건
암살용의자 3명 출국도 허용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 외교관과 가족 등 총 9명을 귀환시키는 조건으로 김정남(사진)의 시신을 북측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또 현지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는 김정남 암살 용의자 3명의 출국도 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정남은 없애고 대신 북한공작원들은 잡히지 않는다’는 김정은의 계획대로 된 것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 됐다.

현지 중국어 매체인 중국보(中國報)는 이날 치외법권지역인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인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 리지우 등 용의자 3명이 조만간 북한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김정남의 시신이 전날 오후 쿠알라룸푸르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IPFN)에서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한 화장장으로 옮겨져 화장됐으며 이날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옮겨진 뒤 평양행 항공기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지 영문 매체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NST)도 김정남의 시신이 26일 IPFN에서 쿠알라룸푸르 인근의 체라스 지역으로 옮겨졌고, 장례 등을 위한 종교 의식이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사건을 둘러싸고 북한과 첨예한 갈등을 빚은 말레이시아가 유골 인도와 범인 송환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은 억류된 자국민을 구출하고 더 이상 북한과의 외교적 마찰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에 대한 국제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27일까지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국민을 억류하는 맞대응 전술로 사건의 핵심 증거인 김정남의 시신을 소각해 없애는 데 성공한 셈이 됐다. 북한은 김정남의 유골을 인도받을 경우 별도의 장례 절차 없이 없애거나 은밀하게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