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막이 올랐다 각 분야가 준비에 매달리지만 결국은 국회와 국회의원이 성패의 키를 쥐고 있다 디자인은 행정부에 맡겨도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하는 건 국회의 몫이자 의무다 국회 협조와 위기감 없이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27일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교육관련 정책 포럼이 끝난 뒤 발표자들이 방청객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임철일 서울대 교수, 다이애나 바이틀러 마이크로소프트 디렉터, 박 의원, 소효정 이화여대 교수. 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거세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에 불과하다(제러미 리프킨)는 주장도 있지만 이미 인간과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있고, 그 인간과 시스템으로 이뤄진 국가도 이 화두를 안고 씨름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지능화한 기계가 극도의 자동화와 연결성을 바탕으로 경제 전반에 파괴적인 혁신을 촉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가의 존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겠지만 산업과 기업, 고용과 노동, 교육 분야가 거친 파고의 맨 앞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27일 국회에서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듀넥스트(EduNext)-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정책포럼을 연 것은 시의적절하다(국회에서 국회의원이 주관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다만, 나는 현장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야 할 교육현장을 초중고의 제도권 교육으로 한정해선 안 된다. 대학과 대학입시가 바뀌지 않으면 초중고의 교실은 요지부동이다. 교육은 구슬이 아니라 목걸이다. 둘째, 교육의 대상을 학생으로 국한해서도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은 학부모, 교사, 교수, 관료들까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아니, 전 국민이 관계자다. 위기감의 공유가 필요하다. 셋째, 고령화 사회와 4차 산업혁명을 연계해야 한다. 그래야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이 부각된다. 넷째, 4차 산업혁명에 잘 적응하더라도 ‘그늘’이 생길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일자리가 감소할 수도 있고, 디지털 디바이드가 심화할 수도 있다. 부작용을 인정해야 대안이 나온다. 이런 고민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니 선택의 문제일 뿐, 논쟁의 대상은 아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다른 데 있다. 국회와 국회의원에 관한 얘기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 혁신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세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견을 조정해 가며 좋은 디자인을 해야 하고, 디자인 실현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며, 이들 장치를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제때에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이날 포럼에서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제안은 많았다. 그리고 발표자들은 2015년의 개정교육과정과 2016년의 지능정보사회 미래교육 청사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두 디자인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일을 ‘누가’ 할지에 대한 제안은 부족했다. 당연히 국회와 국회의원의 몫이다. 디자인을 맡게 될 행정부보다 실현 수단을 제공해야 할 국회와 국회의원의 책임이 훨씬 크다.
심규선 고문
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