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기자
특이한 점은 국내에서만큼은 롯데 동정론이 일어날 만도 한데, 여론은 오히려 싸늘하다는 것이다. 뜻하지 않게 한중 외교전쟁에 휘말린 롯데그룹에겐 홈그라운드가 없는 셈이다. 여기엔 입장을 번복한 롯데그룹이 일부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
안내문에는 롯데그룹의 절박함이 묻어있다. 5일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뒤 3주가 지났지만 마땅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 점포 99곳 중 67곳(27일 기준)이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70%에 달하는 롯데면세점이 이달 20~26일 기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줄었다. 이대로라면 롯데그룹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후 사정만 놓고 보면 롯데그룹은 명백히 한·중 외교 줄다리기의 피해자다. 외교문제를 경제적 입김으로 풀려는 중국과 이를 방치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가해자의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민심은 되묻는다. 롯데그룹에겐 참 까다로운 질문들이다.
“롯데가 우리가 편들어줘야 하는 한국기업인가?” “한국 롯데 지분의 99%를 일본 법인이 갖고 있다. 냉정히 말해 롯데가 사드보복을 당해도 한국이 손해 보나?”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거두면서 사회공헌은 거의 하지 않는 짠돌이 기업을 왜?(응원해야하나)”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경영비리(횡령·탈세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사회공헌 조직과 관련 인력을 대폭 늘렸다. 그동안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난’ 등으로 악화된 국내 민심을 되돌려 보려는 시도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짠돌이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고 싶었을 것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