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7> 빠르게 영역 넓히는 3D프린터
23일 오후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에 있는 바이오3D프린터 제조업체 ‘로킷’ 연구실에서 이 회사 유석환 대표(뒤)와 연구원이 주력 제품인 3D프린터 ‘인비보’가 작동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인비보는 세포를 쌓아 인공피부와 인공장기 등을 만든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3일 오후 서울 금천구에 있는 바이오3D프린터 제조업체 ‘로킷’을 방문했을 때 본 장면이다. 전날에는 호주에서 바이오3D프린터를 개발하는 유명 연구자가 다녀갔고, 같은 날 오전에는 시리아의 의료 관계자가 다녀갔다고 했다. 지난해 약 5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는 2배로 늘려 1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3D프린터가 산업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취미용이나 시제품 제작용으로 주로 쓰이던 3D프린터는 세계 곳곳에서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세계 3D프린팅 산업 규모는 2015년 51억 달러(약 5조6738억 원)에서 2019년 158억 달러로 연평균 31%씩 고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 규모는 2230억 원에서 5082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로는 22.9%로 세계 평균보다 작다.
성장률의 차이는 3D프린팅을 활용하는 주된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완성품보다는 제조 과정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데 3D프린팅을 이용하고 있다.
BMW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엠블럼을 부착할 때 ‘지그(Jig)’라는 공구를 근로자들이 손에 들고 사용하는데, 보통은 금속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겁고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이에 3D프린터로 손에 꼭 맞는 모양에 가벼운 재질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자 일의 능률도 오르고 어깨 통증 등을 호소하는 근로자도 줄었다.
부품이 곡선형이어서 바닥에 놓고 작업하기 어려울 때 이 부품을 고정시키는 도구를 3D프린터로 만들어 능률을 높인 공장도 있다. 대량 생산으로는 만들기 어렵지만 꼭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쓴 것이다.
이런 용도라면 스타트업이나 정보기술(IT) 기업보다 오히려 전통 제조업체들이 3D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더 많다. 세계적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3D프린터를 도입하는 이유다.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해 항공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속 기반 3D프린터 제조기업인 스웨덴 ‘아르캄AB’사와 독일 ‘콘셉트레이저’사를 총 1조5400여억 원에 인수했다. 이달 초 미국 포드는 세계 1위 3D프린터 업체인 미국 스트라타시스와 손잡고 자동차 부품 생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3D프린터 시장이 취미 보급용보다는 산업용 위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바이오·신소재 등 새로운 분야 개척 필요
미래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3D프린터를 주로 교육과 시제품 제작에 쓰고 있다. 3D프린터 제작 업체도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고, 기술 수준도 미국의 66% 정도로 평가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제조업에서 활용하려는 수요가 부족하고 외국산 3D프린터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3D프린팅은 기계, 항공우주, 자동차 등에 주로 쓰이지만 다행히 가까운 시일 내에 가장 성장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한국도 강점을 가진 의료·바이오 분야다. 로킷을 창립한 유석환 대표는 셀트리온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 출신이다. 전문성을 활용한 것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유 대표는 “독일 등 외국 바이오3D프린터는 기계 전문가들이 만들다 보니 얇고 세밀하게 만드는 데만 중점을 둬 가격이 비싸다. 바이오3D프린터는 세포를 살아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무작정 세밀하다고 세포가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세포의 생존에 중점을 둬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