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코리아, 국내로 떠나요]<上> 유커 빈자리, 우리가 채우자
그렇다고 제주도 관광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것만은 아니다. 카페들이 즐비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와 애월읍 한담해안,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등은 쪽빛 바다와 노란 유채꽃을 배경으로 봄 정취를 즐기려는 내국인 관광객들로 여전히 붐비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를 오히려 반기는 이들도 있다. 서귀포시에 사는 A 씨(53)는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는 올레 7코스(외돌개∼월평마을)가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으로 난장판이었다”며 “요즘은 산책하는 기분이 날 정도로 상쾌하다”고 말했다.
○ 여유롭게 제주 즐기려는 내국인 늘어
강원 춘천시 남이섬도 비슷하다. 27일 오후 남이섬을 오가는 배는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평일인데도 배 안의 좌석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선착장은 특히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중국인의 빈자리를 동남아 및 내국인 관광객이 채운 것이다. 남이섬을 찾은 이들은 고즈넉한 풍경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거나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으며 이국적인 정취에 푹 빠졌다.
고광석 남이섬 홍보팀 주임은 “남이섬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상당수가 재방문 의사를 밝힐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외국인 관광객을 다변화하고 내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공을 들이면서 중국인 관광객 급감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여행 하루씩만 더 가도 4조 내수 진작 효과
하지만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소득이 다시 소비로 환류되는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국내여행 수요가 5% 증가하면 연 1조9652억 원, 10% 늘면 연 3조9304억 원의 내수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국민 1인당 국내여행은 9.34일이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국민 모두가 하루씩만 국내로 여행을 떠나면 중국발 관광수입 감소분의 상당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내국인의 국내여행이 계속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국내여행이동총량(당일 및 숙박여행 총 일수)은 2009년 3억7534만 일에서 2015년 4억682만 일로 연평균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여행 참가자 수도 3120만 명에서 3831만 명으로 연평균 3.5% 늘었다.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해외여행과 대조적이다. 한국인이 외국여행으로 쓴 돈(일반여행 지급액)은 2009년 110억3600만 달러에서 2015년 215억2800만 달러로 연평균 11.8% 증가했다. 해외여행객도 2009년 949만4000명에서 2015년 1931만 명으로 연평균 13.0%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은 2238만3000명으로,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은 국내관광이 관광산업의 굳건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관광 지출(내국인+외국인)에서 내국인 지출의 비중이 일본은 93%, 독일 86%, 영국 83%, 미국 81%에 달해 60%에 그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내수 기반 없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해왔던 기형적인 관광산업의 구조를 바꿀 절호의 기회”라며 “여행비용 보조를 통해 여행 기회를 크게 늘리고, 일상 속의 여행을 사회적으로 권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 제주=임재영 / 춘천=이인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