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전문기자
그러면 지금은? 다르다.
어지간하면 묻지 않고 입국 스티커를 붙여준다. 한국어로 인사도 건네고 미소도 짓는다. 물론 입국 카드에 정확히 기재한 경우에만 그렇지만. 이런 놀라운 개선은 일취월장(日就月將)으로 진행되고 있다. 11일 간사이국제공항(오사카)에서다. 근 400명의 승객이 몰렸어도 심사 통과엔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문 확인과 사진촬영을 심사대에 줄을 서기 전 별도로 설치한 키오스크(40여 대)에서 미리 마치도록 한 배려에서다.
이런 혁신은 21세기를 관광으로 먹고살겠다는 야심의 노정이다. 목표(외래 방문객 유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만 2800만 명, 2020년엔 4000만 명, 그 20년 후엔 6000만 명이다. 이걸 일본은 20년 전(1996년)부터 준비해왔다. 결과도 만족할 만하다. 384만 명(1995년)을 6.26배(2403만 명·2016년)로 늘렸으니. 이런 가공할 성과는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변화의 흐름에 올라서야 가능하다. 일본은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의 21세기 전망을 흘려보지 않았다. 관광시장이 구미에서 아태지역으로 옮겨올 거라는.
거기에 철저한 현실 분석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추가됐다. 인구는 주는데 노인은 늘고 후발국 추월로 국가경쟁력은 떨어질 거란…. 실제로 1억2800만 명(2010년)의 인구는 2013년을 정점(1억2730만 명)으로 줄기 시작해 2060년엔 8700만 명까지 감소한다. 그리고 65세 이상은 23%에서 40%로 늘고 15세 미만은 13%에서 9%로 준다. 이러니 산업의 미래도 어두웠다. 최근 샤프와 도시바 같은 글로벌 기업의 부진을 이미 예측한 것이었다. 그래서 21세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내린 결론은 ‘새로운 먹거리를 관광에서 찾자’였고 그게 ‘웰컴21’ 관광정책(1996년)으로 제안됐다.
이후 과정은 이렇다. 글로벌관광전략(2002년)에 따라 비지트저팬(VISIT JAPAN) 캠페인에 착수(2003년)했고 관광입국(立國)법 제정 후 관광청까지 신설(2006∼2008년)했다. 4년 전 각의(내각)는 ‘일본재흥(再興)전략’(2013년)도 마련해 관광국가로의 변신에 다걸기(올인)를 독려하고 있다. 유치 해외 관광객 2000만 명 돌파(2016년·2403만 명), 지난 2년간 방일(訪日) 한국인 연간 100만 명씩 증가(275만→400만→509만 명) 같은 경이적인 기록이 거기서 비롯됐음은 물론이다.
우린 어떨까. 1995년(375만 명)의 4.6배(2016년 1724만 명)로 역시 성장했다. 그러나 전망은 어둡다. 관광 인프라가 일본에 비해 족탈불급 수준으로 빈약해서다. 관광사업자 매출의 절반을 떠받치는 탄탄한 내수관광 수요, 그 핵심인 다양한 어트랙션과 3.7배에 달하는 국토로 대표되는 자연환경이 그렇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환대’마저 열위다. 우리 국민이 파악한 일본 여행의 매력은 이렇다. 정성스러운 서비스와 청결함, 친절한 사람들. 환대산업의 핵심 가치다. 그런데 한국을 다녀간 일본 대학생에게 비친 우리는 이랬다. 불결한 화장실, 친절하지 않은 식당종업원, 버스기사의 난폭운전.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